[사설] 원전 가동 차질 우려되는데 방폐장법 계속 표류시키는 이유 뭔가

원자력발전 과정에서 나오는 방사성폐기물의 저장 공간 부족 문제를 풀기 위한 법안이 거대 야당에 발목이 잡혀 이달 29일 21대 국회 임기 종료로 폐기될 위기에 처했다. 해당 법안은 김영식·이인선 국민의힘 의원과 김성환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각각 대표 발의한 약칭 ‘고준위 방폐장 특별법’이다. 국회 첫 관문인 산업통상자원특허소위원회는 방폐장 법안 첫 발의 후 13개월이 지난 2022년 11월에서야 뒷북 심의를 시작하더니 아직도 결론을 내지 못했다. 그나마 여야 지도부가 최근 이 법안을 처리하기로 합의했지만 정작 특허소위는 21일까지도 가동되지 않았다. 민주당이 느닷없이 자당 소속 우원식 의원이 발의한 중소기업협동조합법 개정안과 방폐장 법안의 연계 처리를 주장한 탓이다.


정부는 고준위 방폐물 저장 공간 확충의 시급성을 수차례 호소해왔다. 국내 6곳의 원전 중 한빛발전소의 임시 방폐물 저장소가 2030년 포화상태에 이르고 한울·고리발전소의 저장 시설도 각각 2031년, 2032년에 가득 찰 예정이기 때문이다. 6~8년 내에 대체 저장 시설을 건설하지 못하면 순차적 원전 가동 중단으로 전력대란이 빚어질 수 있다. 그럼에도 민주당이 에너지 정책과 무관한 법안을 통과시키려고 방폐장법을 볼모로 잡아 표류시키는 까닭을 이해하기 어렵다. 더구나 우 의원이 발의한 법안은 중소기업들이 조합을 결성해 가격 및 생산량 조절에 관해 공동행위를 할 수 있도록 해 ‘담합 허용’ 논란에 휩싸였다. 이 때문에 두 법안의 연계 처리는 부당한 정치 흥정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회는 주요국들에서 다시 원전 증설 바람이 불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 지난해 12월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에 참여한 미국·프랑스·일본 등 22개 주요국은 2050년까지 세계 원전 용량을 2020년 대비 세 배 늘리기로 했다. 온실가스 발생을 억제하면서도 인공지능(AI) 반도체·전기차 시대에 급증하는 전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민주당은 문재인 정부 시절 무리하게 탈원전 정책을 강행하다가 전력 수급 불안을 초래한 점을 반성하고 원전 건설과 가동이 원활히 이뤄지도록 방폐장법 처리에 적극 협조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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