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붐이 금융가에도’…美 월가, AI 칩 담보 잡고 대출한다

WSJ, 스타트업들 AI 칩 평가 받아 자금 조달
“월가의 새로운 AI 베팅 방식” 평가에도
조달 비용 부담 등에 추후 확산 지켜봐야



미국 금융가에서 인공지능(AI) 반도체를 담보 자산으로 잡고 대출 지원에 나서는 사례들이 나타나고 있다. 전 세계 AI 열풍에 힘입어 AI 반도체의 몸값이 크게 높아진 가운데 미 월가에서 AI 산업을 대하는 새로운 금융 기법이 시도되고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21일(현지 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클라우드 등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 코어위브(CoreWeave)는 최근 부채금융을 통해 75억 달러(약 10조 2300억 원) 규모의 자금 조달에 성공했다. 세계 최대 사모펀드라 불리는 블랙스톤이 거래를 주도했고 블랙록 등이 참여한 것으로 전해진다. 지원 받은 자금으로 코어위브는 데이터센터 등 사업 확장에 나설 계획이다. 특히 엔비디아의 AI 반도체를 더 확보하겠다는 계획인데 이 자체가 이번 대출 거래의 담보 자산으로 평가됐다는 점에서 금융가의 주목을 끄는 양상이다. 코어위브는 엔비디아의 지원을 받은 스타트업으로 상당한 수준의 엔비디아 칩을 보유하고 있다.


엔비디아의 AI 반도체는 AI 시대 핵심 부품으로 평가받는다. 이에 칩에 대한 수요는 공급을 넘어서며 가격 또한 크게 치솟았다. 실제 엔비디아가 2022년 처음으로 선보인 칩 ‘H100’의 가격은 패키징 등에 따라 최소 1만 5000달러에서 최대 4만 달러 이상 수준에서 팔리는데 이는 이전 모델인 A100보다 2~3배 비싼 수준이다. AI 시대가 본격적으로 도래하면서 칩 가치가 높아지고 금융가에서는 이런 상황을 반영해 AI 칩을 대출 담보로 평가한 것으로 해석된다.


같은 방식으로 자금 조달에 성공한 곳들은 점차 늘어나고 있다. 지난해 AI 붐이 나타나기 시작한 후 최소 3건의 유사 거래가 성사된 것으로 관측된다. WSJ은 “기업과 은행가들은 더 많은 거래를 진행하고 있다”면서 “이는 AI 컴퓨팅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의 빠른 성장과 AI 붐에 대한 투자자들의 열망을 반영한다”고 진단했다.


다만 자금 조달 비용은 비교적 높다. 신생 기업들이 새로운 방식으로 담보를 제공하는 까닭에 동반되는 위험 부담이 이자율에 반영되는 것은 불가피하다. 최근 거래의 이자율도 두 자릿수 초반 수준으로 알려진다. 이에 금융가에서 AI 대출이 더 확산할지 여부는 지켜봐야 한다는 설명이다. WSJ는 “고가의 칩 대출은 장기적인 자금 조달원보다는 임시방편이 될 수 있다”면서 “AI 칩에 대한 수요는 둔화될 조짐은 보이지 않지만 가장 중요한 것은 AI 붐의 힘에 달려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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