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완성차 업계의 중소 규모 1차 협력사들이 1년 새 8.4%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전동화 전환 추세를 따라가지 못한 채 갈수록 영세해지는 중소 부품사들이 늘어나고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친환경차 중심의 산업 재편 흐름에 낙오된 중소기업들이 수년 내로 파산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민관이 힘을 합쳐 지원을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에 힘이 실리고 있다.
22일 한국자동차산업협동조합에 따르면 국내 완성차 업체(현대차·기아·한국GM·르노코리아·KG모빌리티·타타대우) 6곳에 직접 부품을 공급하는 중소 규모 1차 협력 업체 수는 2023년 말 기준 총 392개로 전년 말(428개) 대비 8.4% 줄었다. 반면 대기업 규모의 1차 협력 업체 수는 같은 기간 301개에서 299곳으로 2곳 감소하는 데 그쳤다. 이에 따라 국내 전체 1차 협력사에서 중소기업이 차지하는 비중은 58.7%에서 56.7%로 2%포인트 축소됐다. 부품 업계 내 양극화가 심화했다는 얘기다.
업계에서는 자동차 산업의 전동화 추세와 맞물려 국내 부품 공급망 재편이 본격적으로 이뤄진 데 따른 결과로 보고 있다. 엔진 등 내연기관 부품 위주로 생산해온 중소 부품 회사들이 미래차 전환 추세에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기존 내연기관에 필요한 부품 수는 3만 개인 반면 전기차의 경우 약 1만 8900개로 37%나 적다.
자동차산업협동조합 관계자는 “과거와 달리 중소 1차 협력 업체 중 지난 1년간 파산한 사례는 없다”면서도 “친환경차에 들어가는 부품이 모듈 조립 방식으로 대형화되면서 완성차 업체에 직접 납품하지 못하게 되고 2차 협력사로 밀려나는 중소기업이 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인력과 투자 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은 전동화 전환 추세로 인해 점차 일감을 잃을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2030년이 되면 내연기관차 부품 업체 중 약 30%가 사라질 수 있다는 게 자동차연구원의 전망이다. 이항구 자동차융합기술원장은 “부품 회사들은 변해야 한다는 데 공감하고 있지만 이를 뒷받침할 미래차 숙련 인력 확보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면서 “이들이 전동화로의 산업구조 재편에서 생존할 수 있도록 전문가 육성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