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리핀 수도 마닐라에서 북서쪽으로 약 350여 ㎞ 떨어진 해상에는 수면 위로 광대하게 드러난 암초 지대가 있다. 서방권은 인근에서 1784년에 좌초한 네덜란드 상선 스카버러호의 이름을 따서 이곳을 ‘스카버러 암초’라고 부른다. 주변 약 150㎢에 걸쳐 펼쳐진 스카버러 암초 지역을 놓고 중국과 필리핀이 치열한 영유권 다툼을 벌이고 있다. 해당 지역을 기점으로 산출하면 배타적경제수역(EEZ) 면적을 대폭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필리핀은 17세기 지도에서 해당 암초 지대가 옛 이름인 ‘바호 드 마신록’으로 표시돼 있다는 점 등을 근거로 들어 자국 영토임을 주장해왔다. 그곳에서 1200㎞나 떨어진 중국보다 지리적으로 가까운 덕분에 1990년대 초반까지 실질적으로 점유하고 있었다. 특히 필리핀에 주둔했던 미군이 훈련 기지로 활용했다. 그러나 필리핀에서 반미 시위가 확산되는 가운데 1992년 미군이 철수하자 중국이 스카버러 암초 일대의 실효적 지배 시도를 본격화했다. 중국은 옛 원나라 시절부터 해당 지역을 중국령으로 삼았다고 주장하며 암초 명칭을 '황옌다오’라고 부른다.
필리핀은 현지에서 조업 중인 중국 어선을 나포하는 등 맞대응해왔다. 2009년에는 필리핀 의회가 자국 영해 기선을 제정하는 법안을 통과시켜 스카버러 암초를 영토로 못 박았다. 필리핀 정부는 이달 20일 스카버러 암초 일대에서 중국 어민들이 해양생태계를 훼손하는 장면을 담은 사진들을 공개하기도 했다. 그러나 변변한 구축함조차 없는 필리핀이 중국의 압도적 해군력을 밀어내기에는 역부족이었다. 중국은 해당 지역 일대에 환경 관측소 건립도 추진했다. 아울러 더 남쪽에 위치한 세컨드토마스 암초 등에 군사기지를 지었다. 또 중국은 최근 스프래틀리군도(난사군도) 일대에 만든 군사용 인공섬 주변에 대형 해저 터널까지 뚫은 것으로 전해졌다. 우리도 이를 반면교사로 삼아 중국 등 주변국들이 감히 우리 영토와 바다를 넘보지 못하도록 국방력을 키워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