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가 중국의 저가 공세에 맞서자며 유럽연합(EU) 측에 ‘공동 전선’을 제안한 가운데 중국이 수입차에 대한 ‘맞불 관세’를 검토하는 등 무역 전쟁이 갈수록 거세지는 양상이다. EU는 중국의 불공정 관행과 관련한 미국의 문제의식에 공감하면서도 대(對)중국 무역 의존도를 고려해 보다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
21일(현지 시간)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이탈리아에서 열리는 주요7개국(G7) 재무장관회의에 참석하기 전 독일을 방문한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은 “중국의 과잉생산에 맞서기 위해 미국과 유럽이 협력해야 한다”면서 “G7 재무장관회의에서 이 문제를 비중 있게 논의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여기에서는 지금 중국의 산업정책이 멀게 보일 수 있지만 우리가 전략적으로 단합된 방식으로 대응하지 않는다면 미국과 독일은 물론 전 세계 기업의 생존 가능성이 위험에 처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옐런 장관의 이 같은 발언은 중국산 전기차와 태양광 패널 등의 시장 잠식이 미국과 유럽의 공동 의제인 만큼 함께 무역 장벽을 쌓아 중국산 저가 제품이 설 자리를 주지 말자는 취지로 풀이된다. NYT는 “미국은 2000년대 초반 중국산 제조업 제품의 홍수를 막기 위해 서방이 뭉쳤던 것과 같은 공동 대응을 기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관련해 EU 역시 중국산 제품에 대한 반(反)보조금·반덤핑 조사를 광범위하게 진행 중이지만 후속 조치의 강도는 미국의 ‘폭탄 관세’에 미치지 못할 것으로 관측된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EU 집행위원장은 이날 파이낸셜타임스(FT)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반보조금 조사와 관련해 “우리가 부과할 관세 수준은 피해 수준에 상응해 훨씬 더 표적화되며 맞춤화될 것”이라고 밝혔다. 이어 “유럽의 접근은 미국과 다르다”면서 “(중국과의) 경쟁을 원하고 함께 무역하기를 원하지만 그것이 공정하고 규칙에 따라 이뤄지기를 바란다”고 강조했다.
EU의 신중한 입장은 중국과의 끈끈한 무역 관계 및 개별 회원국들의 경제적 특수성을 고려한 데 따른 것으로 보인다. 중국산 전기차와 태양광 패널 등이 유럽 시장을 잠식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역내 최대 수출국인 독일이 자동차를 가장 많이 팔고 있는 나라 역시 중국이다. 올라프 숄츠 독일 총리는 앞서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유럽 제조 업체와 일부 미국 업체가 중국 시장에서 성공적이고, 많은 유럽산 차가 중국에 판매된다는 점”이라고 말했다. 그는 또 “중국에서 유럽으로 수입되는 차량의 절반이 서구의 브랜드”라면서 중국과의 공생을 강조했다.
이런 가운데 중국이 미국과 EU의 통상 압박에 대한 보복 조치로 자동차 관세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고 홍콩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등이 이날 전했다. 보도에 따르면 EU 주재 중국상공회의소는 전날 저녁 성명을 통해 “중국이 대형 배기량 엔진을 장착한 수입차에 대한 일시적 관세 인상을 고려할 수 있다”며 “이러한 조치는 유럽과 미국 자동차 제조 업체들에 시사하는 바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에 이어 EU도 중국산 전기차에 대한 관세 인상을 조만간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미국과 EU의 공조를 막기 위한 일종의 갈라치기 전략으로 풀이된다. 앞서 중국은 미국·EU·일본산 폴리포름알데히드 혼성중합체(POM)에 대한 반덤핑 조사에 들어간다고 발표했으며 올해 초에도 프랑스산 코냑을 포함한 수입 브랜디 반덤핑 조사를 실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