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가 상업 포경을 확대하기 위해 대형 포경선을 건조해 출항에 나서면서 국제사회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일본은 고래잡이를 '일본인 정체성의 일부'라며 포획 대상 고래를 추가하는 등 반박에 나서고 있다.
21일(현지시간) AFP 통신 등에 따르면 일본 포경선단은 새로운 포경선 '간게이 마루'가 이날 야마구치현 시모노세키 항구에서 진수식을 마친 뒤 첫 출항에 나섰다. 해외 언론들은 9300톤에 달하는 대형 포경선이 출항하면서 일본 포경산업의 새로운 시대를 열었다고 보도했다.
간게이 마루는 총 75억 엔(약 654억 원)을 투입해 고래를 잡은 뒤 곧바로 선박에서 가공할 수 있는 시설까지 갖춘 것으로 알려졌다. 이 선박은 이날 일본 북동부 해안을 따라 고래잡이에 나섰으며, 올해 말까지 200마리를 잡는다는 계획이다. 이날 열린 진수식에서 히데키 도코로 포경회사 사장은 "새로운 시대를 위한 새로운 배"라며 "포경업이 재개된 새로운 시대를 상징한다"고 말했다.
국제포경위원회(IWC)는 상업포경을 금지하고 있지만 일본은 2019년 IWC에서 탈퇴하기 전까지 고래잡이를 계속해오면서 국제사회의 비난을 받아왔다. 탈퇴 이후 일본은 공식적으로 자국 영해에서 상업포경을 재개했고, 밍크고래, 브라이드고래, 세이고래를 잡고 있다. 최근 일본 수산청은 포경 대상에 참고래를 추가했다. 수산청은 참고래 역시 포경을 해도 될 만큼 개체수가 충분한 만큼 상한선을 정해 포획하겠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환경운동가들은 고래가 오래 살고 천천히 번식하기 때문에 지속 가능한 식량 공급원이 아니라고 반박하고 있다. 세계고래류연맹(WCA)은 "21세기에 상업 포경은 정당화될 수 없다. 그것은 순전히 소수의 이익을 위해 존재하는 비인도적인 관행이다"라고 비판하고 있다.
지난해 일본 포경선들은 총 294마리를 포획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본은 수세기 동안 고래를 사냥해왔으며, 일부 식당에서 고래고기를 정식 메뉴로 판매하고 있다. 포경 중심지인 시모노세키에서는 학교 급식에도 고래고기가 제공되고 있다. 마에다 신타로 시모노세키 시장은 "우리의 가장 큰 목표는 고래 고기에 대한 수요를 늘리고 이에 대한 대중의 인식을 높이는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일각에선 일본이 남극까지 포경에 나설 것이란 우려도 제기됐다. 일본은 상업 포경을 중단한 1988년 이후에도 남극에서 보호 대상이 아닌 고래를 중심으로 연구용이라며 포경을 이어왔다. 간게이 마루를 운영하는 도코로 사장은 "간게이 마루가 상업 포경을 위해 남극으로 갈 가능성은 매우 낮다"며 "기근으로 인한 위기로 단백질 공급원을 확보라하는 정부 명령이 있을 때나 가능할 것"이라고 일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