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창용 한국은행 총재가 물가 상방 압력이 지속하고 있다며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더 늦어질 수 있음을 시사했다. 시장에서는 하반기 인플레이션 개선 속도가 더디고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금리 인하 시점이 추가로 밀리게 되면 올해 한은의 금리 인하가 없을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이 총재는 23일 금융통화위원회에서 만장일치로 기준금리를 연 3.5%로 동결한 뒤 “예상보다 양호한 성장세와 환율 변동성 확대 등으로 물가의 상방 위험이 커졌다”며 “하반기 금리 인하 기대가 있는데 (인하) 시점이 불확실하다”고 밝혔다. 그는 “저를 제외한 금통위원 6명 중 5명은 3개월 후에도 3.5%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견을 냈다”며 “물가가 확실히 오르면 금리 인상을 고려해야겠지만 현 상황에서 가능성은 제한되지 않나 파악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은은 이날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의 2.1%에서 2.5%로 상향했다. 물가 예상치는 2.6%를 유지했다. 이 총재는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2.3~2.4%로 내려가는 추세가 확인돼야 금리 인하에 나설 수 있다”고 강조했다.
전문가들은 한은이 성장률을 크게 올린 데다 하반기 물가 경로가 불확실해 한은이 금리를 내리지 못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올해 1분기 가구당 실질소득도 고물가에 전년 대비 1.6% 쪼그라들면서 7년 만에 가장 큰 감소 폭을 기록했다. 박형중 우리은행 이코노미스트는 “연준이 금리를 내려야 한은도 인하를 고려할 수 있다”며 “인하는 연내 한 차례이거나 아예 없을 수도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