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사보도·LGBT를 법으로 금지?…인니 방송법 개정 추진에 거센 반발

“수십 년 권위주의 통치에서 벗어나 얻은 자유 망칠 것”

지난해 12월17일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의 한 전통시장에서 트랜스젠더 여성 아구스티나(41)가 트랜스 슈퍼 히어로 패션쇼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로이터 연합뉴스

세계 최대 무슬림 국가인 인도네시아에서 탐사보도와 성소수자(LGBT) 콘텐츠를 금지하는 법안이 추진돼 독립 언론인 협회 등으로부터 빈축을 사고 있다.


23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하원이 마련 중인 방송법 개정안은 탐사보도를 비롯해 성소수자와 관련된 내용의 콘텐츠를 금지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2002년 제정된 방송법은 2020년 처음 개정 논의가 이뤄졌다가 이번에 재차 개정이 추진됐다.


이 같은 소식이 알려지자 시민사회단체와 영화인, 언론인 단체 등은 강력 반발했다.


시민사회단체는 “1998년 인도네시아가 수십 년 동안의 권위주의 통치에서 벗어난 이후 표현의 자유와 어렵게 얻은 자유를 해칠 것”이라고 봤다.


독립 언론인 협회는 “법안이 시행되면 언론은 더 이상 부패와 연고주의, 환경 범죄 등과 관련한 폭로 기사를 쓸 수 없게 된다”면서 어렵게 얻은 언론 자유가 이 법안 때문에 손상돼선 안 된다고 주장했다.


해당 법안은 성소수자를 폭력·신비주의 등과 함께 묶어 “대중에게 잠재적으로 해를 끼칠 수 있는 부정적인 행동이나 라이프스타일”로 규정, 이러한 내용을 표현하는 콘텐츠를 금지한다는 점에서도 거센 비판을 받고 있다.


영화제작자 자코 안와르는 “(성소수자 등 관련 콘텐츠) 금지는 (영화와 출판 등) 창조적 업종 종사자들의 독창성과 언론 자유를 저해한다”면서 “이 법안은 위험하고 시행할 수도 없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에 법안을 추진하던 하원 의원들은 법안이 초기 단계로 중도에 (내용이) 바뀔 수 있다며 한발 물러섰다. 한 의원은 “우리가 동성애 혐오적이고 (언론 등에 대한) 감시를 지나치게 한다는 인상을 (국민에게) 주고 싶지 않다”고 말했다.


인도네시아에서는 동성애가 금기시되고 일부 지역에선 동성애가 불법으로 규정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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