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표요? 당연히 글로벌 시장 1위죠. 인공지능(AI)으로 암 진단도 하는데 치료는 왜 못합니까?”
김진성(사진) 온코소프트 대표는 23일 서울경제신문과의 인터뷰에서 “국내 기술로 개발한 AI 소프트웨어로 난치암 정복을 위한 도전을 이어나가겠다”며 자신감을 보였다.
온코소프트는 의학물리학자인 김진성 연세 의대 방사선종양학과 교수가 2019년 창업한 국내 유일의 AI 기반 방사선치료 소프트웨어 전문기업이다. 김 대표는 한국과학기술원에서 원자력 및 양자공학 전공으로 학사와 석사·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국립암센터에서 양성자 치료 연구와 임상 분야에 입문했다. 이후 삼성서울병원과 세브란스병원에서 양성자 및 중입자치료기를 도입할 때마다 중추적 역할을 담당했다.
김 대표는 “방사선으로 암을 치료할 수 있다는 말을 들은 순간부터 단 한번도 방사선종양학과를 진로로 선택한 걸 후회해본 적 없다”고 입버릇처럼 말한다. 줄곧 연구자의 길을 걷다 돌연 스타트업을 창업한 이유에 대해서는 “나랏돈으로 공부한 탓인지 나라를 위해 뭔가 해야 한다는 부채의식이 있다”고 밝혔다. ‘꿈의 암치료’라 불리는 최첨단 방사선 치료기를 국내에 들여올 때마다 전량 수입에 의존하는 현실에 대한 아쉬움이 컸다고 한다.
한국의 방사선치료 기술은 세계 어디와 비교해도 뒤지지 않는다. 방사선을 암치료에 활용한 지 100년이 넘었고 연세의료원이 중입자 치료를 시작하면서 전 세계 7번째 중입자 치료기 보유국이 됐다. 세계적 방사선치료장비 업체인 일렉타의 본사가 있는 스웨덴조차 단 1대 뿐인 감마나이프의 경우 전국에 무려 20대가 들어와 있다.
이런 의문이 꼬리를 물던 중 ‘없으면 만들면 되지 않나’ 하는 의욕이 솟구쳤다. 김 대표가 온코소프트를 창업하며 경영자의 길로 들어선 계기다. 온코소프트는 ‘온콜로지(Oncology·종양학)’와 소프트웨어의 합성어다. 소프트웨어로 암을 정복하겠다는 의지가 담겼다. 고선량의 방사선을 조사해 암세포를 죽이는 방사선치료는 암세포 주변의 정상조직을 보호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게 관건이다. 정밀한 방사선치료 계획을 세우려면 컴퓨터단층촬영(CT)·자기공명영상촬영(MRI) 등의 영상자료를 토대로 정상 장기와 암조직의 윤곽을 본뜨는 과정이 필요하다. 이를 통해 장기별 조사되는 방사선량을 예측하고 정밀한 방사선계획이 이뤄진다. 이 과정을 전문용어로 영상 구획(컨투어링)이라고 한다.
온코소프트가 출범 직후 개발에 착수해 식품의약품안전처의 2등급 의료기기 인·허가를 취득한 온코스튜디오는 AI 기반 자동 컨투어링 소프트웨어다. 의료진에 의해 일일이 수동으로 이뤄지던 컨투어링 작업 시간을 자동화해 작업시간을 90%가량 단축시켰다. 이미지 생성 AI 미드저니의 의료용 버전인 셈이다. 온코스튜디오의 알고리즘을 활용하면 길게는 1~2일까지 걸리던 작업 시간을 수분 이내로 줄일 수 있을 뿐 아니라 정확도도 높다.
온코스튜디오는 식약처 허가 후 밈·코어라인 등 글로벌 경쟁 제품 대비 높은 정확도와 임상 유효성을 증명하며 국내외에서 러브콜이 쏟아지고 있다. 온코스튜디오는 현재 세브란스병원·삼성서울병원 등 국내 13개 병원에 판매돼 임상에서 사용 중이다. 데모 버전까지 합치면 국내 도입기관이 50곳이 넘는다.
양성자, 중성자가 암치료에 활발히 시행 중인 가운데 노바티스가 개발한 방사성의약품 ‘플루빅토’의 국내 상륙이 임박해지며 AI 기술에 대한 관심은 한층 높아졌다. 암진단 분야에는 이미 AI 기술이 깊숙이 들어왔다. 지멘스·GE헬스케어 등 글로벌 기업들이 앞다퉈 방사선 치료 솔루션 보유 기업에 대한 투자를 늘리는 것도 온코소프트에게는 긍정적인 요소로 꼽힌다. 온코소프트는 AI에 기반해 방사선치료 계획을 돕는 온코플랜, 치료 관련 데이터를 통합 관리하는 온코플로우, 암환자의 임상 의사결정을 돕는 온코팔래트 등 방사선치료 과정을 혁신한 AI 소프트웨어 제품들을 보유하고 있다.
김 대표는 올해 온코스튜디오의 해외 인허가를 획득하고 글로벌 시장 진출의 원년으로 삼는다는 목표다. 작년 8월 미국 텍사스주 댈러스에 현지 법인을 설립했고 현지 병원 및 기업들과 파트너십을 확대하고 있다. 100억 원 이상 규모로 진행 중인 시리즈B 투자 유치를 통해 인력 충원 및 후속 서비스 개발에도 속도를 낼 방침이다. 그는 “올해 연매출 20억 원을 찍고 해외 진출을 본격화하면 사업이 본 궤도에 오를 것으로 기대한다” 며 “내년 상반기에는 예비 상장심사 신청을 할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