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시 카메라로 찍은" 일상 속 인간의 악의 '존 오브 인터레스트' [정지은의 리뷰+]

영화 '존 오브 인터레스트' 리뷰
아우슈비츠 담장 안과 밖의 대비
계산된 사운드가 선사하는 극한의 공포
조나단 글레이저 감독 표 '감시' 연출 빛나

'존 오브 인터레스트' 스틸 /사진=찬란

"저게 수용소 벽이니?"


"맞아요. 가리려고 포도를 잔뜩 더 심어 뒀어요."


아름답고도 끔찍한 인간의 양면성을 보여준 '존 오브 인터레스트'가 6월 5일 극장가를 찾아온다. 아카데미 시상식, 팜 스프링스 국제영화제, 칸 영화제 등 전 세계에서 수많은 상을 거머쥔 '존 오브 인터레스트'(감독 조나단 글레이저)는 아우슈비츠 수용소 담장을 사이에 둔 대비되는 이야기를 조나단 글레이저 표 연출로 다뤄낸 작품으로 호평을 받아왔다.



'존 오브 인터레스트' 스틸 /사진=찬란

◇아우슈비츠 수용소 담벼락 안과 밖, 드러나는 인간의 잔혹성 = '존 오브 인터레스트'는 평화로운 대자연에서 단란한 나날을 보내는 한 가족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독일 장교 루돌프 회스(크리스티안 프리델)의 가족은 아우슈비츠 담장 앞에 위치한 집에서 아름다운 정원을 가꾸고 아이들과 풍요로운 추억을 쌓으며 살아간다. 아내 헤트비히(산드라 휠러)와 함께 아이들을 돌보고, 학교를 보내고, 출근을 하는 일상이 그려진다.


잔잔한 영상미도 잠시, 이내 영화는 공포로 물든다. 백색소음처럼 들리는 그들의 일상적인 대화는 귀를 의심할 정도로 경악스럽다. 화목한 일상 속에서 유대인을 인격적으로 모독하는 농담을 자연스럽게 건네고, 독일 군인들은 유대인들을 어떻게 학살할지에 대해 기계적으로 논의한다. 헤트비히가 수용소 담벼락에 정성스럽게 가꾼 정원은 다른 이에 의해 "낙원"이라 불리지만 그 담벼락 뒤에 있는 수용소의 굴뚝에서는 연기가 피어오른다.



'존 오브 인터레스트' 스틸 /사진=찬란

◇'집착'에 가깝다...철저하게 계산된 사운드 = '존 오브 인터레스트'는 전 세계의 유수 시상식에서 상을 거머쥐었지만 그중에서도 제96회 아카데미 시상식, 제77회 영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음향상을 수상했을 정도로 조나단 글레이저 감독의 사운드에 대한 집요함이 돋보이는 작품이다.


'존 오브 인터레스트'는 작품의 오프닝부터 엔딩까지 음향이라는 간접적인 경험만으로도 아우슈비츠 수용소 안의 끔찍한 학살을 암시한다. 기괴한 사운드를 비롯해 귀를 찌르는 듯한 요란한 소음, 아이부터 어른까지 너 나 할 것 없이 끔찍하게 지르는 비명 소리까지. 평화로운 가정의 일상과는 전혀 어울리지 않는 소음들이 어우러지며 아우슈비츠 수용소 학살의 끔찍한 광경을 상상하게 만든다.



'존 오브 인터레스트' 스틸 /사진=찬란

◇'일상'과 '대비'에서 오는 공포 = 이때까지 제2차 세계대전 중 나치 독일이 자행한 유대인 대학살인 홀로코스트를 전면적으로 드러낸 작품은 많았으나 '존 오브 인터레스트'는 반대로 끔찍한 현실을 직접 보여주지 않고 오히려 그늘 속에 둠으로써 오는 공포를 더욱 극렬하게 표현한다.


작품 속 주인공들의 일상은 일반적인 작품에서 볼 수 있는 앵글과 다르다. 제작진의 의도로 집안 곳곳에 배치된 초소형 카메라를 통해 촬영된 영상이 나열된다. 마치 누군가가 평범하고 일반적인 가정의 일상을 무심하게 들여다보는 것처럼 보이는 영상은 그들의 삶이 더욱 현실적이고 끔찍하게 느껴지는 서늘함을 준다.


역사적으로 많은 이들의 생명을 앗아간 범죄에 가담한 이들의 모습을 악마의 모습으로 표현한 것이 아닌, 자신의 집단과 유대인 집단을 일상처럼 분리시키며 그것이 자연스럽다고 믿으며 살아가는 평화로운 모습으로 표현하며 과거, 어쩌면 현재까지도 이어지고 있는 차별과 혐오를 날카롭게 일갈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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