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전 대통령이 최근 ‘한반도의 군사적 충돌 위기’를 계속 거론하고 있다. 문 전 대통령은 23일 미주 한인 유권자 단체인 민주참여포럼 행사에 보낸 영상 축사에서 “최근 한반도 상황은 언제든지 군사적 충돌이 일어날지도 모르는 심각한 위기 국면”이라고 주장했다. 이어 “남북·북미 간 대화가 복원되지 못하고 9·19 군사합의까지 무력화돼 군사적 긴장이 최고조에 이르고 있다”며 정부 간 대화를 통한 외교적 노력이 필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문 전 대통령은 지난달 4·27 판문점선언 6주년 기념사에서도 “지난 2년 사이 한반도 상황이 극도로 악화돼 어느 순간 군사적 충돌과 전쟁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며 윤석열 정부의 남북 관계 정책 기조 전환을 요구했다.
한반도 긴장을 조장하는 당사자는 핵·미사일 고도화에 박차를 가하면서 도발을 일삼고 있는 김정은 정권이다. 북한은 중국과 러시아의 비호 속에 대륙간탄도미사일(ICBM) 발사 등 다양한 무력 도발을 감행하며 한미 동맹 균열과 남남 분열을 노리고 있다. 이달 17일에도 신형 기술인 ‘자치유도항법체계’를 탑재한 탄도미사일 여러 발을 동해상으로 쐈다. 북한이 7차 핵실험 준비를 끝내고 시기를 저울질하고 있다는 분석도 있다. 23일에는 북한이 영변 핵시설 단지 내 폐연료봉 재처리 시설을 재단장하고 있는 정황이 미국의 북한 전문 매체 38노스의 위성사진에 포착됐다. 북한의 잇단 도발에 대해서는 경고하지 않고 남북 관계 경색을 우리 정부 탓으로 돌리며 ‘충돌 위기’ 운운하는 것은 전직 대통령으로서 적절한 처신이 아니다.
문 전 대통령은 대북 유화 정책으로 김정은 정권의 핵·미사일 고도화 시간을 벌어준 데 대한 책임에서 결코 자유롭지 않다. 그런데도 최근 출간한 회고록에서 정책 실패에 대한 자성은 없이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을 두둔했다. 문 전 대통령은 “김 위원장이 ‘핵을 사용할 생각이 전혀 없다’고 말했다”면서 “김 위원장의 비핵화 약속이 진심이었다고 생각한다”고 썼다. 문 전 대통령은 재임 기간 남북 관계 이벤트에 집착해 북한 눈치를 보느라 북핵 위기를 심화시킨 과오부터 뼈저리게 반성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