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 대리(34)는 소위 '골린이'(골프+어린이 합성어)라 불리는 초보 골퍼다. 건강 뿐 아니라 주변 지인들과의 교류 등 사회생활에도 도움이 될 것이란 생각에 스크린골프를 시작했다. 레슨을 받으며 재미를 붙인 김 대리는 어느덧 쉬는 날도 골프 연습 삼매경에 빠져 지냈다. 그런데 휴일을 맞아 오랜만에 만난 친구들과 함께 스크린골프를 즐기던 중 드라이버 샷 비거리 경쟁을 벌인 게 화근이었다. 아직 자세가 익숙하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무리한 스윙을 이어나가던 김 대리는 허리를 강하게 비틀다 삐끗하고 말았다. 한동안 골프를 쉬면 나아지겠거니 하고 대수롭지 않게 여겼지만, 일주일이 지나도 허리 통증은 가시지 않았다. 직장생활에도 영향을 줄 정도로 악화되자 병원을 방문한 그는 무리한 스윙으로 디스크가 손상됐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최근 몇 년 새 남녀노소 세대를 불문하고 골프에 입문하는 이들이 눈에 띄게 늘었다. 젊은 세대의 유입이 크게 증가하면서 골프와 관련된 다양한 콘텐츠들도 인기를 끌고 있다. 골프의 대중화에는 스크린골프가 큰 역할을 했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주위를 둘러 보면 퇴근 후 여가시간을 활용해 스크린골프장을 찾는 직장인들을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다. 도심에서 멀리 떨어진 필드에 나가지 않아도 골프를 쉽게 접할 수 있다 보니 데이트 장소로도 많은 선택을 받는다.
이러한 인기에 힘입어 전국적으로 8000개가 넘는 스크린골프장이 운영 중이다. 한국은 전 세계 최고 수준의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다. 세계 5대 특허청에 출원된 스크린 스포츠(스크린골프 포함) 특허를 분석한 결과 한국이 전체의 58.4%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전설적인 골프 선수인 타이거 우즈와 로리 매킬로이가 주도하는 스크린골프 리그(TGL)도 내년 출범을 앞두고 있어 스크린골프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직장인들, 특히 젊은 층이 스크린골프를 선호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필드에서 발생하는 캐디피, 그린피 등 각종 비용에 대한 부담이 적은 게 첫 번째 원인으로 꼽힌다. 대중교통이나 도보로도 이용 가능할 정도로 접근성이 높은 것도 한몫 했다. 기본적인 골프용품을 갖추고 있어 실력과 관계없이 누구든 언제나 ‘손맛’을 느낄 수 있는 것도 큰 장점이다.
하지만 조용하고 정적인 실내 스포츠라도 전신의 근육과 관절을 사용해야 한다는 종목의 특성은 변하지 않는다. 공을 치는 순간의 스윙 속도는 시속 100~200km에 달하기 때문에 폭발적인 힘이 필요하다. 특히 골프는 하체를 고정한 채 골반과 허리 및 상체를 한쪽으로 강하게 움직이는 편측성 운동이라는 점에서 척추 질환의 위험이 높은 편에 속한다.
스크린 골프를 즐기 때 주의해야 할 대표적인 질환으로는 김 대리처럼 허리를 ‘삐끗’하는 급성 요추 염좌를 들 수 있다. 급성 요추 염좌는 과도한 허리의 사용, 부정확한 스윙 자세 등으로 척추 주변 근육과 인대에 갑작스런 충격이 가해지면서 발생한다. 단순한 염좌의 경우 대부분 찜질과 휴식을 통해 수일 내 회복되는 편이다. 그러나 일주일 이상 허리 통증이 지속되거나 증상이 점점 심해지고 다리가 저리는 증상(하지방사통)까지 나타난다면 전문의 진료를 받아봐야 한다. 척추뼈 사이 디스크가 손상되는 ‘허리디스크’를 의심해 볼 수 있기 때문이다.
한의학에서는 골프연습 도중 허리 통증에 허리디스크 증상까지 나타났을 때 추나요법과 침·약침치료를 중심으로 척추, 골반의 균형을 바로잡고 통증을 가라앉혀 척추 기능의 정상화를 돕는다. 추나요법은 한의사가 직접 비정상적으로 틀어진 척추 및 주변 관절의 균형을 맞추고 기능을 원활케 하는 수기 치료다. 허리 통증과 기능 개선에 효과적이다. 침치료는 허리 주변 근육과 인대의 경직 완화와 혈액 순환을 촉진한다. 한약재 성분을 체내에 주입하는 약침 치료는 통증과 염증을 빠르게 감소시킬 수 있다. 또한 손상된 신경과 주변 조직을 회복시키는 데도 효과를 보인다.
만약 지나치게 큰 충격이 허리에 가해져 움직이기 어려울 정도의 통증이 생겼다면 동작침법(MSAT)을 고려해 볼 수 있다. 한의학의 응급침법으로 알려진 동작침법은 발, 팔꿈치, 목 등 5개의 혈자리에 침을 놓은 후 환자의 움직임을 유도하는 치료법이다. 이는 척추와 주변 근육의 경직을 풀고 혈액순환과 통증 경감에 즉각적인 효과를 나타낸다. SCI(E)급 국제학술지 ‘통증(PAIN)’에 게재된 자생한방병원의 연구 논문에 따르면 동작침법은 진통주사제보다 5배 빠른 허리 통증 감소 효과를 보였다.
시원한 실내에서 지인들과 스크린골프를 즐길 때 실력보다 중요한 건 건강이다. 멋진 스윙 자세와 함께 비거리를 늘리고 싶은 욕심에 오직 힘만으로 골프채를 무리하게 휘두르다 보면 허리 부상이 발생하기 쉽다. 접근성이 좋아진 만큼 자세 연습에 더욱 집중해보면 어떨까. 골프가 직장인들의 고된 일상에 건강한 취미로 자리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