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속적인 자외선 노출이 식욕과 동시에 에너지 대사에 관여한다는 사실을 국내 연구진이 세계 최초로 규명했다.
서울대병원 피부과 정진호·이동훈 교수와 김은주 의생명연구원 연구교수, 전경령 서울의대 박사는 만성적 자외선 노출이 신경전달물질인 노르에피네프린 발현을 촉진해 식욕 증가, 체중 감소 등 에너지 대사에 영향을 준다는 사실과 기전을 확인했다고 24일 밝혔다.
자외선은 에너지 합성과 분해 등 신체 대사 조절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연구팀은 선행 연구를 통해 자외선 노출이 피하지방 함량과 지방에서 합성되는 아디포카인 분비를 감소시킨다는 것을 확인했다. 다만 자외선이 전신 에너지 대사를 어떻게 조절하는지에 관해서는 명확히 규명되지 않았다.
연구팀은 정상 식이와 고지방 식이를 각각 먹인 생쥐를 12주 간 관찰하면서 주 3회 자외선에 노출시켰다. 그 결과 자외선 노출군은 피하지방에서 분비되는 식욕억제 호르몬인 렙틴의 발현이 감소했다. 식욕이 활성화되면서 같은 식이를 먹인 대조군보다 음식 섭취량이 늘었지만 체중은 증가하지 않았다.
연구팀은 원인을 백색지방의 갈색화 때문이라고 봤다. 갈색화는 에너지를 쌓아두는 백색지방이 열을 내고 에너지를 쓰는 갈색지방처럼 전환돼 열 발생인자를 갖게 되는 현상이다. 음식으로 얻은 에너지가 피하지방에 쌓이기 전 모두 열로 바뀌어 연소하도록 유도할 수 있다. 즉 자외선 노출군에서 백색지방의 갈색화가 일어나 음식 섭취량보다 에너지 소모량이 더 큰 폭으로 증가했다는 것이다.
연구팀은 추가 분석을 통해 자외선에 노출될 때 식욕 증가와 에너지 소모를 촉진하는 매개물질이 노르에피네프린이라는 사실을 밝혔다. 노르에피네프린은 위험하거나 스트레스가 가중되는 상황에서 분비돼 교감신경계에 작용하는 호르몬이다. 연구팀은 자외선 노출군의 피부에서 노르에피네프린 수치가 유의하게 증가한 것을 확인했다. 이 물질 합성을 차단했더니 생쥐의 음식 섭취량이 줄어들고 체중은 늘었다. 자외선 노출이 피부에서 노르에피네프린의 발현을 촉진해 식욕, 체중 등 대사활동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규명한 것이다. 자외선이 전신 에너지 대사를 조절하는 메커니즘을 토대로 비만과 대사질환 치료에 활용할 수 있다는 가능성도 제시했다.
연구팀은 자외선의 대사조절 효과를 모방해 비만과 대사장애에 대한 새로운 치료 전략을 개발하기 위한 후속 연구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정 교수는 “자외선은 피부암의 주된 위험요인이므로 가급적 노출을 피하고 자외선차단제를 사용해 피부를 보호해야 한다”고 권장했다.
보건복지부 연구중심병원과 한국연구재단의 지원을 받아 진행된 이번 연구 결과는 피부과학 분야 국제학술지 피부연구학회지 최신호에 실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