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기류를 만나 태국 방콕에 비상착륙한 싱가포르항공 여객기에 탑승한 승객 상당수가 뇌와 척추를 다쳐 항공사가 수백억대 규모의 배상 위기에 처했다.
24일(현지시간) 블룸버그통신은 방콕에 비상착륙한 보잉 777-300ER 기종 여객기에서 척추나 뇌 손상을 입은 승객들은 수백억원대 규모의 배상금을 요구할 수 있다고 보도했다.
영국 런던에 위치한 스튜어트 법무법인의 피터 니넌 항공소송 전문가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이전에 유사한 증상에 대해 지급된 배상금은 7자리 숫자, 때로는 8자리 숫자까지 확대됐다”고 밝혔다.
몬트리올 협약에 따르면 국제항공편에서 사고로 사망하거나 부상을 입은 승객에게 항공사는 최대 17만 달러(약 2억3000만원)까지 보상 책임을 진다. 해당 금액은 기본적인 보상 한도로 피해 정도와 상황에 따라 더 높은 보상액이 결정될 수 있다.
전문가들도 향후 조사 결과에 따라 항공사가 더 큰 배상금을 지급할 여지가 있다고 내다봤다. 니넌 변호사는 “배상금의 수준은 현재 진행 중인 비행에 대한 조사의 결과를 기반으로만 설정될 수 있으며 이 조사는 몇 년이 걸릴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앞으로 법적 분쟁에서 비행 계획, 획득한 날씨 정보의 정도 및 양, 난기류 발생 전후로 승객과 승무원의 행동 등을 포함한 모든 부분을 검토하게 된다”며 “승객들이 당시 좌석벨트를 착용했는지도 고려 대상”이라고 덧붙였다.
앞서 싱가포르항공의 SQ321 항공편은 지난 21일 런던에서 싱가포르로 비행 도중 미얀마 상공에서 갑작스럽고 극심한 난기류를 만나 격하게 흔들리며 태국 방콕에 비상 착륙했다.
여객기에는 승객 211명과 승무원 18명이 탑승하고 있었다. 기내에서 영국인 1명이 사망했으며, 사인은 심장마비로 추정된다. 부상자는 85명으로 집계됐다. 상당수는 두개골과 뇌, 척추를 다쳤다.
전날 기준 방콕에서 치료 중인 탑승자는 승객 44명과 승무원 2명 등 46명이다.
한편 해당 항공기가 사고 당시 약 1분 사이 두차례 급상승·하강했다는 분석이 나왔다.
현지 매체 스트레이츠타임스는 25일 항로 추적 웹사이트 '플라이트 레이더24'의 상세 비행 자료를 인용해 런던발 싱가포르행 SQ321편이 극심한 난기류에 62초간 크게 두차례 빠르게 치솟았다가 강하했다고 보도했다.
고도 3만7000피트(1만1278m)에서 순항하던 여객기는 이 구간에서 상승과 하강을 반복하며 3만7400피트(1만1400m)까지 올라갔다가 떨어진 뒤 정상 고도를 되찾았다.
짧은 시간 급격히 흔들렸지만 고도상으로는 약 400피트(122m) 범위에서 움직인 셈이다.
다만 이는 기존에 알려진 내용과는 차이가 크다. 사고 직후 외신들은 플라이트 레이더24 등의 초기 자료를 활용해 여객기가 3분여만에 정상 고도에서 6000피트(1800m) 급강하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