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3전 154기…'무관' 배소현 웃었다

◆KLPGA E1 채리티서 생애 첫승
후반 들어 버디 4개…9언더 맹타
데뷔 8년 차에 꿈같은 선물 받아
30대에도 매년 드라이버 거리 늘려
3위 박민지는 통산 최다상금 영예

배소현이 26일 KLPGA 투어 E1 채리티 오픈에서 우승한 뒤 트로피를 들어 보이고 있다. 사진 제공=KLPGA

배소현이 26일 KLPGA 투어 E1 채리티 오픈 최종 라운드 18번 홀에서 우승을 확정한 뒤 동료들에게 축하를 받고 있다. 사진 제공=KLPGA

배소현이 26일 KLPGA 투어 E1 채리티 오픈 최종 라운드 4번 홀에서 드라이버 샷을 하고 있다. 사진 제공=KLPGA

라운드 시작 전만 해도 무난한 해피엔딩이 예상됐다. 그런데 뚜껑을 열어보니 손에 땀을 쥐게 하는 승부가 막판까지 이어졌다. 단독 선두에서 공동 선두로, 그리고 2위까지 떨어졌다. 하지만 18번 홀 그린에 ‘땡그랑’ 소리가 울려 퍼지자 트로피는 배소현(31·프롬바이오)의 품에 안겼다. 한국여자프로골프(KLPGA) 투어 154번째 출전 대회 만에 생애 첫 승을 거둔 것이다.






배소현은 26일 경기 여주의 페럼클럽(파72)에서 열린 KLPGA 투어 E1 채리티 오픈(총상금 9억 원) 마지막 날 3라운드에서 버디 4개와 보기 4개로 이븐파 72타를 쳤다. 4개의 버디가 모두 후반에 나온 만큼 뒷심으로 따낸 승리다.


최종 합계 9언더파 207타의 배소현은 2위 박도영(6언더파)을 3타 차로 따돌리고 생애 첫 승에 골인했다. 우승 상금으로 1억 6200만 원을 받은 배소현은 지난 시즌 30개 대회에서 벌어 들인 상금(3억 1481만 원)의 절반 이상을 한 대회로 거머쥐었다.


2017년 데뷔한 배소현의 시간은 거꾸로 흐르는 듯하다. 해가 지날수록 드라이버 샷 비거리가 늘기 때문이다. 2022년 243야드였던 거리는 매년 늘어나 올해 256야드로 이 부문 3위다. 과거에는 ‘그냥 지나가는’ 스윙이었다면 최근에는 왼발에 체중을 실어주면서 공에 야무지게 힘을 전달한다. 더불어 탄도를 높이는 변화를 주면서 캐리(착지 전까지) 거리가 5~10야드 증가했다.


2타 차 단독 선두로 출발한 배소현은 전반에 보기만 2개를 범했다. 이 사이 앞 조 박도영이 경기 중반 연속 버디에 샷 이글까지 터뜨리며 단독 선두로 치고 올라갔다. 패색이 짙어가던 배소현은 후반 시작과 함께 10번, 11번 홀(이상 파4) 연속 버디를 잡고 박도영과 다시 선두 자리를 공유했다. 박도영은 13~16번 홀 4연속 보기로 무너졌고 배소현은 이 틈을 놓치지 않았다. 16번 홀(파3) 6.5m 버디도 대단했는데 17번 홀(파4)에서 10m 버디 퍼트를 떨어뜨렸다. 모두가 놀란 과감한 퍼트에 승부는 끝난 것과 다름없었다.


경기 후 배소현은 “매년 드라이버 샷 거리가 늘고 있다. 30대 선수가 롱런하기 위해서는 거리가 뒷받침돼야 한다”면서 “생애 첫 승을 했지만 아직 대회가 많이 남아있다. 두 번째, 세 번째 우승이 올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2019년 데뷔한 박도영은 11개 홀에서 7타를 줄이는 질주로 첫 우승을 바라봤으나 중반 이후 갑작스러운 난조로 준우승에 만족했다.


박결, 황정미 등과 공동 3위로 마친 박민지는 KLPGA 투어 통산 최다 상금 기록을 갈아치웠다. 이 대회에서 상금 4612만 5000원을 더한 그는 57억 9778만 원으로 장하나(57억 7049만 원)를 제치고 통산 상금 1위로 올라섰다. 디펜딩 챔피언 방신실은 14위(1언더파)에 자리했다.


이날 대회 최종 라운드에는 KLPGA 투어 대표 강자들이 자리를 비웠다. 평균 타수 1위의 황유민은 올 시즌 첫 컷 탈락을 기록했고 윤이나는 2라운드 중 골반 통증으로 기권했다. 박현경, 김수지, 김민별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투어 메이저 대회 US 여자오픈 참가로 이 대회에 불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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