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0곳 중 年 8곳만 지원 가능…안전디자인 확산 발목 잡는 ‘비용’ [산업 재해 줄이는 안전 디자인]

<하>수요 확대에도 예산은 제자리
대상 늘렸지만 정부 지원은 작년보다 줄어
영세중소기업엔 자체 부담액도 부담 커
"노사 모두 수용도 높아…예산 늘려야"

케이앤에이의 공장 벽면에 소화 및 응급 처치 물품 안내 사인이 그려져 있다. 구미=박정현 기자

“안전 서비스 디자인 도입을 필요로 하는 수요기업이 600개 기업에 달하는 데도 1년에 8곳 밖에 지원을 못 합니다(윤상흠 한국디자인진흥원장)"


한국디자인진흥원의 ‘안전 서비스 디자인 지원 사업’은 시범 운영 기간 포함 올해로 4년차를 맞이했다. 그간 참여 기업들에서 나타난 가시적인 성과로 지원 대상도 스마트그린산업단지에서 전체 산단으로 확대됐다. 하지만 올해 전체 사업 예산 가운데 정부 지원액은 오히려 전년 대비 감소하는 등 국내 산업계 안전 디자인 정착은 여전히 갈 길이 멀다.


26일 진흥원에 따르면 안전 서비스 디자인 지원 사업 대상 범위는 넓어지는 추세다. 2022년 스마트그린산단에서 지난해 국가산단으로 늘어난 데 이어 올해는 한국산업단지공단 산하에 있는 전체 산단으로 확대됐다. 이와 함께 예산도 늘었다. 2022년 7억 6000만 원에서 2023년 7억 7800만 원으로 증가했다. 올해는 전년 대비 1억 원 가까이 오른 8억 8000만 원이 배정됐다. 하지만 정부 지원액은 지난해보다 오히려 감소했다. 진흥원과 산단공이 지원하는 금액은 올해 7억 2000만 원으로 전년(7억 7800만 원) 대비 5800만 원 줄었다. 매년 8개의 기업을 선정하는 만큼 각각의 업체가 받을 수 있는 금액은 9725만 원에서 9000만 원으로 축소됐다. 대신 올해부터는 지원을 받은 기업이 자비로 2000만 원 규모의 대응 투자를 진행해야 한다.





문제는 이 사업에 참여하는 대다수의 기업이 영세하다는 점이다. 게다가 기존 예산도 컨설팅 과정에서 발굴한 안전 디자인 아이디어를 사업장에 일부만 적용할 수 있는 수준으로 한정적이었다. 실제로 지난해 사업에 참여한 케이앤이의 경우 컨설턴트, 근로자, 관리자가 함께 17개의 개선 아이디어를 도출해 냈지만 10개만 실제 사업장에 적용했다. 리오기업은 무려 24개의 아이디어가 있었지만 5개 밖에 도입하지 못했다. 이마저도 가장 비용이 적게 들어가는 페인트칠 위주로 작업이 진행됐다. 두 업체 외에 사업에 참여한 모든 기업들도 비슷한 상황이다.


이에 대다수의 회사가 사비를 들여 사업장을 개선하려고 해도 마찬가지로 재정적인 부분에서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큰 돈을 들여 사업장을 정비하더라도 이를 유지하는 데에도 상당한 비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한 업체 관계자는 “지난해 안전 서비스 디자인 사업에 참여해 사업장을 정비하는 과정에서 당초 비용보다 1000만 원 정도가 더 들었다”며 “그럼에도 아이디어에 따라 전체를 개선하지 못했다”고 밝혔다.


그럼에도 이 사업에 참여한 기업들은 사비를 들여서라도 컨설팅 결과에 맞춰 사업장을 개선하겠다는 목표다. 새로운 컨설팅 업체와 사업을 진행하면 초기 비용부터 다시 지불해야 하기 때문이다. 업계에 따르면 안전 보건 관리 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 필수적인 컨설팅 비용은 1회에 100만 원 수준으로 만만치 않아 영세한 기업들에게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리오기업 공장 벽면에 외국인 근로자를 위한 안전 사인이 설치돼 있다. 부산=박정현 기자


실상이 이렇다 보니 안전 서비스 디자인 지원 규모를 확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윤상흠 한국디자인진흥원장은 “서비스디자인 전문가가 관리자와 근로자의 의견을 심도 있게 듣고 현장 맞춤형 안전 대책을 마련하는 만큼 노사 양쪽의 수용도가 매우 높고 사고 예방 효과도 크다“며 “더 많은 기업이 안전서비스디자인을 활용할 수 있게 가이드라인을 구축하고 배포하고 있으나 중소기업들의 여력 상 한계가 분명해 예산 증액을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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