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가 ‘채상병특검법’ 재표결을 위한 본회의를 하루 앞둔 27일 집안 단속을 하며 막판 총력전에 나섰다.
국민의힘은 이날 대외적으로 ‘찬성’ 표결 의사를 밝힌 5명(안철수·김웅·유의동·최재형·김근태) 외 추가 이탈 표가 나오는 것을 막는 데 당력을 집중했다. 더불어민주당 역시 소속 의원 전원에게 본회의 출석 통보를 내린 가운데 국민의힘의 추가 이탈 가능성에 주목하며 여권 내 ‘소장파’ 의원들에 대한 설득 작업도 병행했다.
대통령이 재의요구권(거부권)을 행사한 법안이 본회의를 다시 통과하려면 재적 의원 과반 출석에 출석 의원 과반 찬성이 필요하다. 현재 21대 국회 재적의원 수는 구속 수감된 윤관석 의원(무소속)을 제외하면 295명이다. 이들이 전원 본회의에 참여한다는 가정하에 197명 이상이 찬성해야 특검법 통과가 가능하다. 범야권 180석, 범여권 115석(국민의힘 113석, 자유통일당 1석, 무소속 1석)인 상황에서 여권에서 이탈 표가 17표 이상 나와야 한다.
국민의힘에서는 이탈 표가 특검법 저지선인 17표는 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국민의힘 원내 관계자는 “현재 공개적으로 (찬성) 입장을 표명하신 분들 외에 찬성표를 던지겠다는 분은 비공식적으로도 없는 것으로 안다”면서 “추가 이탈을 막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고 했다.
당내 일각에서는 이탈 표 단속을 위해 의원들이 본회의에 출석하되 기권하는 방안도 거론되기도 했다. 또 다른 원내 관계자는 “다른 고려 없이 가장 많은 의원이 출석해 부결 표를 던지는 게 우리가 법안을 막을 유일한 방법”이라고 내다봤다.
국민의힘은 내부 표 단속과 동시에 특검 거부 논리를 강화하는 데도 공을 들였다. 황우여 비상대책위원장은 국회에서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그동안 특검법은 여야 합의로 추진하고 상정해왔던 게 오랜 관행”이라며 “국회의장과 민주당이 이 부분을 깊이 생각해서 국정 운영에 지장이 없도록 잘 처리해줄 것을 간곡히 당부한다”고 말했다. 추경호 원내대표도 “사건의 본질을 파악하기 위한 수사 결과가 나오기 전에 대통령까지 끌고 들어가 탄핵을 운운하고 장외투쟁으로 끌어서 정치 사건으로 변질시키는 것은 고인을 위하는 길이 아니다”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민주당이 특검법 처리를 강행하려는 배경에 윤석열 정권을 흔들기 위한 정략적 의도가 담겼다는 판단에서다.
반면 민주당은 본회의 직전까지 여론전을 동원해 최대한 국민의힘 의원들을 끌어들이겠다는 방침이다. 이해식 민주당 수석대변인은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 직후 기자들과 만나 “본회의가 개최되는 순간까지 해병대원 특검법 가결 표 확보에 총력을 기울이기로 했다”면서 “국민의힘의 낙천·낙선 의원들에 대한 설득 작업에 집중할 것”이라고 밝혔다.
당 지도부도 특검법 여론전에 가세하며 힘을 실어줬다. 이재명 대표는 최고위에서 “젊은 군인의 억울한 죽음과 권력의 부당한 은폐 의혹을 밝히는 일은 여야·진영의 문제가 아니다”라면서 “역사가 국민의힘 의원들의 선택을 기억할 것이다. 용산이 아닌 국민을 두려워해야 한다”고 압박했다. 박찬대 원내대표 또한 “특검법 통과를 바라는 민심에 거역하는 행위를 계속한다면 몰락만 앞당길 뿐”이라며 “국민의힘 지도부는 특검을 거부하는 자가 범인이라고 했던 스스로의 말을 되돌아보기를 권한다”고 말했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당시 이 대표에게 대장동 특검을 요구하며 ‘특검을 거부하는 자가 범인’이라고 한 말을 되돌려준 것이다.
물론 야당 내부에서는 국민의힘에서 17명의 이탈 표가 나오는 것은 불가능해 이탈 규모가 두 자릿수를 넘어서는 유의미한 결과에 집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김용민 원내정책수석부대표는 라디오 인터뷰에서 “10명 이상의 이탈이 있다고 하면 22대 국회에서 여당과 정부의 국정 동력이 상당 부분 정치적으로 훼손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