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부담이 여성에 쏠린 우리나라에서 여성의 경제활동이 출산과 '마이너스' 관계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여성의 경제활동이 늘어날 수록 출산이 줄어든다는 의미로, 현재의 극심한 저출산 문제의 원인을 보여준다.
27일 통계청 산하 연구기관인 통계개발원에 따르면 지난달 발간한 '경제 사회적 요인에 따른 출산 격차 연구' 보고서에 여성이 취업하거나 맞벌이인 가구에서 그렇지 않은 가구보다 상대적으로 자녀 수가 적다는 연구 결과가 소개됐다.
연구진(우한수·심수진 통계개발원 사무관)은 최근 20년간(2003∼2023년)의 가계동향조사를 이용해 25∼44세 배우자가 있는 가구의 소득과 경제 활동 상태 등 요인과 출산 간 상관관계를 분석했다. 지난해 기준 맞벌이 가구에서 자녀 수는 1.36명으로, 비맞벌이 가구(1.46명)보다 적었다.
특히 고소득인 소득 5분위에서 비맞벌이(1.75명)와 맞벌이(1.43명) 가구의 자녀 수 차이가 0.32명으로 컸다. 반대로 1∼2분위에서는 맞벌이 가구의 자녀가 소폭 많았다. 저소득층에서는 경제적 이유 등으로 자녀·출산 양육을 위해 육아휴직을 사용하지 못하는 가구가 많아 맞벌이 가구 자녀 수가 많을 가능성이 있다는 게 연구진의 분석이다.
여성의 경제활동 여부를 기준으로 살펴봐도 유사한 결과가 나왔다. 여성 취업 가구(1.34명)보다 비취업 가구(1.48명)의 자녀 수가 0.27명 많았다. 5분위에서는 그 차이가 0.34명으로 나타났다. 반면 남성 소득은 자녀 수와 양(+)의 상관관계로 나타났다. 연구진은 "여성의 자녀 출산을 위해 경력 단절이 아닌 육아휴직 제도 등을 통한 경력의 연속성이 보장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국제 기구인 국제통화기금(IMF)도 최근 한국과 일본에 대해 여성이 결혼과 출산 후 승진 지연, 가사 분담 문제를 겪으면서 결과적으로 늦은 결혼과 출산이 흔해졌고 출산 감소에 크게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 결과를 공개했다. IMF는 한국과 일본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5배 더 많은 무급 가사·돌봄을 하고 있다며 양국의 사회 규범이 여성에게 부담을 집중하는 구조라고 진단했다. 또한 '노동시장 이중구조' 탓에 많은 여성 근로자가 저임금의 임시직·시간제로 일하고 있고, 긴 근무 시간과 원격근무 제한 등으로 근무 방식도 가족 친화적이지 않다고 덧붙였다.
이에 IMF는 일자리 이동성 등을 촉진해 여성의 고용과 경력 성장 기회를 지원하라고 조언했다. 보육시설 확충과 남편 출산휴가 사용에 대한 인센티브로 남성의 육아 참여도 제고, 원격근무와 유연한 근무 시간 확대 등도 제시했다.여성의 경제활동 참여 증가가 경제성장에 기여해왔으며 앞으로 성별 격차를 좁히고 문화 규범을 변화해 나감으로써 출산율 감소 역전에도 도움될 수 있다고 봤다. IMF는 "한국의 남녀 근무 시간 격차를 2035년까지 OECD 평균으로 줄이면 1인당 GDP를 18% 늘릴 수 있다"며 "한국과 일본의 여성이 성취감을 얻는 경력을 추구하면서 가정을 꾸릴 수 있고 결국 경제와 사회에 크게 기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