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이탈 100일째, 복귀는 요원… 풀릴 기미 없는 醫-政 갈등

전공의 대다수 복귀 '부정적'… 수련병원 대면상담도 어려워
의대 교수 "정부, 원점재검토하면 전공의에 돌아오라 할 것"

28일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에서 환자가 구급차에 오르고 있다. 연합뉴스

전공의들이 정부의 의대 정원 증원에 반발해 병원을 떠난 지 100일이 다 되도록 복귀하지 않으면서 의료공백도 그만큼 길어지고 있다. 내년도 의대 정원은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의 대학입학전형 시행계획 승인으로 사실상 확정됐지만, 의대 교수를 비롯한 의료계는 정부가 원점 재검토를 결정하면 전공의들에게 복귀를 설득하겠다며 압박을 계속하고 있다.


29일 의료계에 따르면 전국 수련병원에서 전공의들이 정부 정책에 반발해 집단으로 사직서를 내고 의료현장을 떠난 지 이날로 100일째를 맞이한다. 하지만 보건복지부 집계를 보면 23일 기준 수련병원 211곳에서는 레지던트 1만501명 중 839명만 출근하고 있으며 출근율은 8.0%에 그치고 있다. 전공의 대다수가 속해 있는 주요 수련병원 100곳은 9991명 중 675명만 출근, 출근율이 6.8%로 더 낮다.


하지만 전공의들은 여전히 복귀에 극도로 회의적이다. 복지부는 전공의 복귀 의사를 파악하기 위해 수련병원에 개별상담을 요청했는데, 상담결과를 제출해야 할 기한을 당초 29일에서 31일로 미뤘다. 각 병원에서 전공의들과 개별 상담을 진행하려면 시간이 조금 더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 데 따른 것이다.


현재 주요 수련병원들은 전공의들의 복귀 의사를 묻기 위한 개별상담을 진행하는 데 상당한 어려움을 겪는 것으로 전해졌다. 24일 오후 늦게 공문을 받으면서 시간이 촉박했던 데다 전공의 대다수가 복귀를 거부하고 있어 대면 상담을 잡기도 쉽지 않은 것으로 전해졌다. 전공의 대부분은 정부가 의대 증원과 필수의료 정책패키지를 원점에서 재검토하지 않는 한 복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김준성(오른쪽 두번째) 서울의대·서울대학교병원 교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이 28일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열린 서울의대-서울대병원 비상대책위원회 기자간담회에서 취재진 질문에 답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런 가운데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교수들은 28일 기자간담회에서 “정부가 원점 재검토를 한다면 전공의와 의대생들에게 ‘정부를 믿고 들어오라’고 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날 서울의대·서울대학교 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비대위) 주최 간담회에서 방재승 전 비대위 위원장은 “정부가 원점 재검토를 하면 의료계는 제대로 된 의사 수를 추계해 받아들이고 지원해야 한다”며 “교수로서 지금 나가 있는 전공의와 의대생들에게 여러분도 정부를 믿고 들어와서 국민과 환자를 위해 제대로 된 의료계를 만들어보자‘고 하겠다”고 말했다.


비대위는 “무작정 의대 증원이 안 된다고 말하는 게 아니다. 과정이 투명하고 객관적인 근거가 충분해야 한다는 것”이라고 해명했다. 그러면서 “일단은 원점 재논의라고 하는 큰 틀이 있어야 젊은 의사들도 납득을 할 것 같고, 정부가 한발 물러서는 태도를 보여주는 것이 진정성 있는 대화 자세”라고 재차 강조했다.


대교협이 증원된 의대 모집인원을 확정하고 정부가 재차 증원 추진을 강조한 것에 대해서는 “절대 바꿀 수 없는 원칙은 아니라고 믿고 있다”고 답했다. 정부가 전공의들에게 면허정지 처분 등을 실제로 할 경우에는 “전공의들과 법적 대응 등을 같이 고민하면서 대정부 투쟁 수위를 강화하겠다”고 했다. 전공의들과 의대생 제자들이 돌아오지 않으면 교수로서의 역할을 하지 못하는데 굳이 상급종합병원에 남는 것이 의미가 없다는 얘기다.


정부와 의료계 모두 ‘조건 없는’ 대화를 요구하지만, 서로 한 치도 물러서지 않는지라 대화 재개의 가능성은 요원한 실정이다. 의료계는 대화에 앞서 의대정원 증원을 원점에서 재검토하는 등 조건 없는 대화를 요구한다. 반면 정부는 의료계가 요구하는 선결조건인 원점 재검토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니 대화를 위해 조건을 내걸지 말자고 주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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