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어스필드 남자서 최강야구 아재로…"선수 땀방울 볼때마다 가슴 뭉클"[이사람]

■김선우 야구 해설위원
은퇴 8년 뒤 예능 통해 마운드 다시 올라
마지막 인사라 생각하고 열심히 준비했죠


김선우의 연관 검색어 중 하나는 쿠어스필드다. ‘투수들의 무덤’ ‘홈런 공장’이라는 그곳에서 2005년 완봉승을 거뒀다. 당시 현역 최고 홈런왕이던 배리 본즈의 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를 상대로 한 것이어서 더 짜릿했다. 4경기 연속 홈런을 때리던 본즈를 3타수 무안타로 틀어막았다. 사실 그 전해 몬트리올 엑스포스(현 워싱턴 내셔널스) 소속 시절 맞대결에서 본즈에게 한 경기 2홈런을 맞았던 김선우다. “다시 붙을 기회는 없을 줄 알았어요. 한 번만 더 상대하면 좋겠다 했는데 콜로라도 로키스로 옮겨서 샌프란시스코전 선발 기회를 잡은 거죠.” 김선우는 세 타석 모두 홈런을 맞아도 좋으니 정면 승부를 하겠다고 마음먹었다. 다만 ‘3개 다 솔로 홈런만 맞자’ 했다고. “무조건 본즈 앞에는 주자를 내보내지 말자는 생각으로 던졌는데 그게 주효했어요. 본즈 앞 타자들을 최대한 신경 써서 상대하다 보니 놀라운 일이 벌어진 거죠.”


오랜 팬들이 김선우를 쿠어스필드로 기억한다면 요즘 세대는 김선우를 ‘최강야구 그 아저씨’로 알아본다. 은퇴한 지 ‘얼마 안 된’ 선수들을 모아 다시 야구하게 하고 다시 뜨겁게 뭉치게 하는 인기 프로그램에서 김선우는 해설위원으로 활약 중이다. 시즌3까지 쭉 함께하고 있다. 이른바 ‘야구 예능’이라 없는 위트도 짜내서 열심히 하고 있다고 그는 말했다.


해설 말고 선수로 들어가고 싶지는 않았을까. 김선우는 “처음 맡았을 당시가 은퇴 8년 차였다. 은퇴한 지 얼마 안 된 선수들이 주축이니 나는 애초에 안 된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최강야구의 청소년 대표팀과의 경기에서 깜짝 시구를 하더니 대학팀과의 경기에는 선발 등판까지 했다. “옛날에 동료로 함께 뛰었던 선수들이 정말 진심을 담아서 준비하고 경기하는 모습에 울림이 있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선수들의 땀방울 하나하나가 가슴을 저릿하게 했다고 할까. 해설을 하면서 굉장한 감동을 느끼던 차에 PD의 제안도 있었어요.”


당시 마흔 다섯이었는데 시구 때 전광판에 시속 133㎞가 찍혔다. 대학팀 상대로는 3회까지 마운드에 올라 두 타자 연속 삼진에 136㎞까지 던졌다. 무엇보다 제구가 안정적이었다. 어떻게 준비한 걸까. “처음에는 과연 가능한 일일까 싶었는데 하기로 결정하면서는 석 달을 달라고 했어요. PD와 메인 작가, 나 이렇게 셋만 알고 가족도 모르게 준비했죠.”


첫 한 달은 산만 탔다. 아침에 일어나 집 앞 나지막한 산을 올라갔다가 돌아오면 딱 2시간이 걸렸다. 하체 밸런스가 생기기 시작했다. 둘째 달은 밴드 당기는 운동만 하며 미친 듯이 오른팔을 단련했다. 석 달째에 공을 던지기 시작했다. 김선우는 “중간에 내가 왜 한다고 했을까 싶더라. 해설로 말만 하는 것도 엄청난 에너지 소모인데 투수를 준비하려니 여간 힘든 게 아니더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시구 때는 살짝 울컥하는 모습이 보였다. 김선우는 “스스로 감동적인 장면이었다. 두산에서 계속 하다가 LG로 가서 한 시즌 보내고 그만뒀기에 팬들에게 제대로 된 은퇴 인사를 못 했다”며 “그래서 ‘이게 내 마지막 인사’라는 생각을 했고 더 열심히 준비했던 것 같다. 그 하나를 보여드리기 위해 가족도 모르게 준비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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