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부터 일본 기업이 자사주를 활용해 해외 유망 기업에 대한 인수합병(M&A)을 추진할 수 있게 될 것으로 전망된다. 일본 정부가 17조 엔(약 147조 원)에 이르는 막대한 자사주를 활용하는 방안을 열어주기로 했기 때문이다. 시장에서는 두둑한 자금으로 무장한 일본 기업들이 해외 기업 인수에 뛰어들면 글로벌 M&A 시장이 활성화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29일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일본 정부가 내년 중 회사법을 개정해 자국 기업이 자사주를 활용해 해외 기업을 인수할 수 있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고 보도했다. 구체적으로는 일본 기업이 자사주를 대가로 상대 회사의 주식을 넘겨받는 ‘주식 교부’의 적용 범위를 넓히기로 했다. 현재는 국내 기업에만 주식 교부가 적용되지만 해외 기업까지 범위를 확대하는 것이다. 닛케이는 법이 개정될 경우 보다 폭넓은 자본 제휴가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일본 정부는 회사법 개정안을 올해 중 법제심의회에 자문한 후 국회에 회사법 개정안을 제출할 계획이다.
글로벌 시장에서 자사주를 활용한 M&A는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하지만 일본의 경우 외국 기업이 일본의 주식회사와 같은 형태인지 판단하기 어렵다는 법률상의 이유로 해외 기업에 대한 주식 교부를 인정하지 않았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일본 정부가 자국 상장기업의 밸류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하며 이번 자사주 활용 방안에 대해서도 길을 터줬다는 분석이 나온다. 닛케이는 “자사주 활용이 가능해지면 기업 인수 시 자금 부담이 줄어든다”며 “일본 기업 주가가 상승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일본 정부는 도쿄증권거래소의 주가순자산비율(PER)이 1배를 넘을 수 있도록 기업들에 자사주 매입 등을 권고한 바 있다. 그 결과 도쿄증시 1부 상장기업 중 3월 말 결산 기업의 자사주 보유액은 최근 10년 새 두 배가량 늘어 지난해 기준 17조 엔(약 147조 8400억 원)까지 불어났다.
경기 침체와 지정학적 변화 등으로 주춤했던 글로벌 M&A 시장에도 호재라는 반응이 나온다. 일본 컨설팅 회사 레코프데이터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기업의 해외 M&A 건수는 2022년 대비 6% 증가한 661건으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