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첨단기술시장 '게임체인저'는 전력…슈퍼컴 1대 운영에 원전 1개 필요" [서울포럼 2024]

[세션2·3 주제강연·패널토론]
챗GPT도 질문 당 5W나 소모
AI 기술위한 GPU 확보도 시급
당장은 위기지만 분업체제될 것

이우근 칭화대 집적회로학과 교수가 29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서울포럼 2024 세션 2에서 ‘인공지능(AI)·반도체, 경제 안보를 위한 첨단기술 확보’를 주제로 강연하고 있다. 권욱 기자

반도체 등 첨단기술 시장의 판도를 바꿀 ‘게임 체인저’는 전력 생산능력이 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슈퍼컴퓨터 1대를 운영하는 데만 핵발전소 1개가 필요하다는 연구 결과가 있을 만큼 엄청난 양의 전기가 소모되기 때문이다. ‘서울포럼 2024’ 둘째 날인 29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 다이너스티홀에는 전 세계 첨단기술 전문가들이 모여 인공지능(AI)과 반도체·로봇·모빌리티가 나아가야 할 미래에 대해 토론했다.


이날 연사로 나선 이우근 칭화대 집적회로학과 교수는 ‘AI·반도체, 경제안보 위한 첨단기술 확보’를 주제로 강연하면서 “2030년 이후로는 슈퍼컴퓨터 한 대를 쓰기 위해 10억 W(와트)가 필요할 것이라는 연구 결과가 나왔는데, 이는 핵발전소 한 대의 전력 생산량에 맞먹는 수치”라고 말했다. 아울러 “흔히 사용하는 챗GPT도 질문 하나당 5W가 소모되고 이 전력으로 발광다이오드(LED) 전구를 1시간 동안 켤 수 있다”며 “하루에도 수백 수천만 개의 질문이 던져진다는 점을 감안하면 사용되는 전력은 어마어마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앞으로 전력 확보가 반도체 산업에서 매우 중요해질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 교수는 “TSMC가 대만 전체 전력의 70% 이상을 쓰고 있는데 과연 대만이 내년에 탈원전을 하겠다는 약속을 지킬 수 있을지 의문일 정도로 전력의 역할이 매우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전력 확보는 국가 차원에서 마련해야 하는 인프라인 만큼 정부 역할이 중요하다는 게 중론이다. 이어진 토론에서는 정부가 전력뿐 아니라 AI 기술을 위한 그래픽처리장치(GPU) 확보에도 시급하게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김정호 KAIST 전기및전자공학부 교수는 “AI 기술의 기초가 되는 파운데이션 모델이 우리나라에 거의 없다고 한다”며 “동료 교수에게 물어보니 GPU가 없어서 못 한다고 하더라”고 토로했다. 이어 “총장님께 GPU를 많이 사자고 했더니 학교 전기 요금이 부담스러워 어렵다고 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에서 GPU를 가장 많이 갖고 있는 기업이 네이버인데 2200대에 불과하다는 게 김 교수의 설명이다. 반면 오픈AI는 수십 수백만 대의 GPU를 갖고 있어 AI 기술의 ‘초격차’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29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열린 서울포럼 2024 세션2에서 패널들이 'AI · 반도체, 경제 안보를 위한 첨단기술 확보'를 주제로 토론하고 있다. 김정호(왼쪽부터) KAIST 전기전자공학과 교수, 엄열 과기정통부 인공지능기반정책관 ,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 이규복 반도체공학회 회장, 김유철 LG전자 AI연구원 전략본부장, 최영상 삼성전자 SAIT 마스터, 김녹원 딥엑스 대표. 권욱 기자

정부도 이 같은 고민에 화답하며 지원을 약속했다. 엄열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정보통신정책관은 “GPU 확보와 관련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 있다”며 “정부 차원에서 GPU 공용 센터를 설립하는 방안 등을 검토 중”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국내 반도체 시장 경쟁력에 대한 진단도 내려졌다. 사회를 맡은 김 교수가 “삼성전자·SK하이닉스 주식을 사야 할지, 아니면 빨리 발을 빼야 할지 궁금하다”며 돌직구 질문을 던지자 안기현 한국반도체산업협회 전무는 “앞으로 10년 정도는 위기일 수 있지만 이를 견디면 기회가 올 것”이라며 “전 세계적으로 형성됐던 협력 체계가 깨지고 경쟁 상황이 됐지만 막대한 반도체 수요를 고려한다면 생산성이 가장 높은 분업 체제로 돌아갈 수밖에 없다”고 분석했다.


인력 풀을 형성하고 투자 환경을 구축하는 장기적인 시스템을 만들면 기술 패권을 쥐고 있는 미국을 능가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김상배 매사추세츠공과대학(MIT) 기계공학과 교수는 "로봇은 시스템에 승부가 달려있다"며 “AI 하나 잘한다고 절대 해결되는 게 아니고, 인재를 키우고 장기적으로 투자하는 시스템을 구축하면 미국도 능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미국은 전기공학을 너무 버리고 있는데 제조업을 들고 있는 나라가 AI를 시스템 차원에서 육성하면 좋은 성과를 낼 수 있다는 게 골자”라고 강조했다.


이날 서울포럼에는 최정환 프라운호퍼연구소 수석 종신연구원과 김주형 일리노이대 전기컴퓨터공학과 교수, 빌 초이 이항 아시아태평양·북미지역 이사 등 글로벌 전문가들도 연사로 나서 데이터 센터의 전력 문제와 휴머노이드가 미칠 영향, 도심항공교통(UAM) 등 기술 패권에 관련한 화두를 던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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