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방송공사(KBS)와 한국교육방송공사(EBS)의 방송 수신료를 전기 요금과 분리 징수하는 것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는 헌법재판소의 판단이 나왔다.
헌재는 30일 수신료 분리징수를 강제한 방송법 시행령 43조 2항에 대해 KBS가 제기한 헌법소원 사건을 재판관 6대 3 의견으로 기각 결정했다.
헌재 다수 의견은 해당 조항이 청구인(KBS)의 방송 운영의 자유를 침해하지 않는다고 봤다. 헌재는 "공법상 의무인 수신료 납부 의무와 사법상 의무인 전기요금 납부 의무는 분리해 고지·징수하는 것이 원칙적인 방식"이라며 "미납·연체 수신료에 대한 추징금 및 가산금의 징수·강제가 가능하고, 통합징수 실시 전과 달리 현재는 요금 고지·납부 방법이 전산화·다양화돼 시행령으로 인해 청구인의 재정적 손실이 초래된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또한 "통합징수 방식으로 인한 수신료 과오납 사례가 증가해 시정할 필요가 있다"며 "청구인은 필요시 방송광고 수입이나 방송프로그램 판매 수익, 정부 보조금 등을 통해 재정을 보충할 수 있다"고도 덧붙였다.
다만 "수신료 외 방송광고 수입이나 국가 보조금 비율이 증가할수록 사인이나 국가에 의한 영향력이 증가해 공영방송 독립성이 훼손될 우려가 있다"며 "향후 수신료에 의한 재원이 충분치 않을 경우 입법부가 수신료 증액이나 징수 범위 등을 개선하는 등 방안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의결 절차와 관련해서도 "재적위원 3인 중 2인의 찬성으로 의결된 것으로, 방통위법상 절차를 위반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봤다.
반면 반대 의견을 낸 김기영·문형배·이미선 재판관은 "통합징수라는 특정 징수 방법을 금지하는 것은 청구인의 방송 운영의 자유를 법률의 근거나 위임 없이 제한해 법률유보원칙에 위배된다"며 "대책 없이 분리 징수제를 갑자기 시행해 청구인이 일방적으로 입게 되는 재정적 불이익과 공영방송의 중립성, 독립성, 지속가능성의 훼손 우려가 매우 중대하다"고 봤다.
또한 방통위 의결 절차와 관련해 김기영·문형배 재판관은 “시행령 개정 입법예고 기간은 국민과 이해관계인이 심사숙고해 의견을 개진할 최소한의 기간조차 부여하지 않아 사실상 입법예고를 생략한 것과 다를 바 없다”고 적법절차에 위배된다는 의견을 냈다.
지난해 7월 개정된 조항에 따라 한국전력이 KBS로부터 위탁받아 일괄 징수해오던 TV 수신료 월 2500원을 전기요금과 분리해 고지·징수하고 있다. KBS는 시행령이 “공영방송사의 재정 안정성을 위협하고 방송통신위원회가 개정 과정에서도 입법예고 기간을 통상보다 짧게 해 적법절차 원칙을 위반했기에 위헌”이라며 헌법소원 심판을 청구했다.
KBS는 "헌재의 결정을 겸허히 수용한다"며 "TV 수신료 분리 고지가 본격 시행되더라도 국민의 불편과 혼란을 최소화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