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에서 시체 계속 발견돼"…전쟁 끌려가지 않으려 강에 뛰어드는 우크라 남성들의 '비극'

폐허로 변한 우크라이나 키이우. AP연합뉴스

러시아의 침공으로 전쟁 중인 우크라이나 남성들이 병역을 피하려 죽음을 무릅쓰고 강을 건너 국경을 넘고 있다고 영국 시사 주간 이코노미스트가 29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징집 대상 연령인 18∼60세의 우크라이나 남성 수천명이 이 나라 남부 국경인 티사강을 헤엄쳐서 루마니아로 탈출하고 있다. 이들 중 일부는 운좋게 목숨을 건지지만 많은 이들은 강에서 목숨을 잃고 있다. 전쟁이 발발한 2022년 2월 이후 이 강에서 최소 33명이 익사했다. 최연소 사망자는 20세에 불과했다. 우크라이나 국경수비대는 물속 갈대숲에 걸려 수습이 어려운 시신이 있어 사망자 수는 훨씬 많을 것이라고 밝혔다.


우크라이나 당국은 10번째 익사자가 발견된 뒤 추가 도강 시도를 막기 위해 사진과 영상을 게시하기 시작했는데도 징집에 대한 두려움과 유럽에서의 더 나은 삶을 향한 동경이 갈수록 커지면서 티사강으로 몰리는 남성들의 행렬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루마니아 정부는 올해 1분기에만 우크라이나 쪽에서 이뤄진 불법 월경이 2373건에 달한다고 밝혔다.


병역 기피자들의 주요 도강 지점은 산악 지대인 트란스카르파티아 지역의 남쪽 범람원이다.


이곳 사람들은 오랫동안 국경을 통해 휘발유나 담배 등을 밀수하면서 생계를 유지해왔지만, 이제는 병역 기피자들을 돈벌이에 이용하고 있다. 월경에 도움을 주는 대가로 1인당 3000달러(약 413만원)에서 1만2000달러(약 1600만원)를 수수료로 받는다. 월경을 돕는 ‘해결사’는 “근래엔 탈출 경로로 강을 건너는 것 대신 짧게는 10시간에서 길게는 며칠이 걸리는 산길을 선호한다”며 "도강은 시도조차 하지 말라. 강에서 시체가 계속 발견된다"고 말했다. 반면, 이름이 바실이라는 또 다른 해결사는 강을 건너는 게 성공 가능성이 가장 큰 루트라고 주장했다. 바실은 하루에 96명의 우크라이나인이 강을 건넌 적이 있었고, 루마니아에서 이들의 추가 이동을 도와줬다고도 털어놓았다. 다만, 하루 평균 강을 건너는 우크라이나인은 30∼40명 정도라고 했다.


우크라이나 국경수비대의 레시아 페도로바 대변인은 센서와 드론 등 새로운 국경 보호장비를 활용해 평균 10명 중 7명 정도를 강에 도달하기 전 저지한다고 밝혔다. 이들은 벌금이 부과된 채 안보당국에 인계되지만, 대다수는 계속 월경을 시도한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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