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서 공연 보는 데 목이 아팠던 이유 [최수문기자의 트래블로그]

청와대 완전개방 2주년 기념으로 지난 5월 7일 저녁 청와대 대정원에서 ‘열린음악회’가 진행되고 있다. 무대가 북악산 및 청와대 본관 바로 앞에 있어 관객들의 시선이 위로 가고 있다. 사진 제공=문화체육관광부

청와대가 개방된 후 잇따라 공연 행사가 열리고 있다. 청왜대 완전개방 2주년을 기념해 지난해 5월 7일 열린 ‘열린음악회’가 대표적이다. 청와대 본관 앞 대정원을 관객들이 가득 채웠다. 청와대를 관리하는 문화체육관광부의 유인촌 장관과 장미란 차관도 자리를 함께 했다. 기자도 청중들 틈에 끼어 앉았다. 공연은 화려했고 사람들은 즐거워했다. 비가 다소 부슬거렸지만 대부분은 개의치 않았다.


다만 1시간 30분 가량의 공연이 끝나고 이상을 느낀 것은 목이었다. 목이 아팠다. 이유는 간단하다. 계속 시선이 위쪽을 가리키고 있었기 때문이다. 무슨 이야기냐 하면 무대가 시선 수평의 위쪽에 있기 때문이다.


원래 무대 자체는 객석의 위에 있는 것은 보통이지만 이번은 다소 심했다. 청와대 땅 자체가 북악산 자락에 세워져 있다. 때문에 전체적으로 대지가 남쪽으로 기울어졌다. 대정원은 평평하게 다듬어져 있지만 여전히 기울기가 있다.



청와대를 북악산 쪽으로 위쪽으로 본 모습. 본관 앞의 대정원 등 전체적으로 남쪽을 향해 비스듬하게 기울어져 있다. 연합뉴스

청와대에서 아래로 서울 시내를 바라본 모습. 훨씬 시선 처리가 편하다. 연합뉴스

관계자에게 물었다. 무대를 반대편에 설치해야 하지 않느냐고. 즉 관객들이 북악산쪽인 북쪽을 바라보면서 앉는 것이 아니고 서울시내쪽 남쪽을 바라보게 무대를 남쪽에 설치하는 것이 맞지 않느냐는 말이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위쪽에 있는 관객의 시선이 아래쪽을 보게 된다.


다만 이 관계자는 고래를 가로저었다. 무대가 북쪽, 북악산 아래에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야 영상이나 사진을 찍을 때 무대가 청와대 본관을 배경으로 하게 된다는 이유다. 남쪽으로 서울시내의 야경도 좋다는 지적은 반향을 잃었다. 무대의 배경이 청와대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카메라에 청와대 본관 건물이 보여야 한다는 것이다.


청와대 본관이라고 해봐야 팔작지붕 철근콘크리트 건물에 불과하다. 무대가 주인공이 돼서는 안된다.



5월 21일 저녁 서울 경복궁 흥례문 광장에서 열인 ‘2024 코리아 온 스테이지’ 공연의 무대가 북쪽에 있어 관객들은 고개를 들어 위를 쳐다 봐야 한다. 연합뉴스

이러한 현상은 국가유산청 출범을 맞아 5월 21일 경복궁 흥례문 광장에서 진행된 ‘코리아 온 스테이지’ 공연에서도 그대로 드러났다. 무대는 흥례문 앞에 설치했으니 북쪽이다. 청중들은 남쪽에서 북쪽으로, 수평 위쪽으로 시선을 둬야 한다. 청와대에서 아팠던 목의 통증이 되살아 났다.


흥례문 광장도 마찬가지다. 청와대 만큼은 아니지만 기울기가 있다. 때문에 광장의 남쪽 부분, 즉 광화문 바로 뒤에 무대를 두면 북쪽 부분에 앉은 청중들이 자연스럽게 아래를 보게 된다. 훨씬 시선 처리가 편하다. 물론 그러면 영상이나 사진에 광화문 뒷면이 비친다. 공연의 제작자들은 궁궐이라면 당연히 건물의 앞부분이 보여야 한다고 생각하는 데 여기서는 흥례문이다.


청와대 본관이나 흥례문이나 팔작지붕 구조는 같다. 당장에야 개방 기념이고(청와대), 처음 공연하기(경복궁) 때문에 건물의 정면이 보여야 한다고 생각할 수 있겠다. 하지만 언제까지 그래야 할까.



경복궁 흥례문 광장에서 무대를 남쪽에 설치하면 이런 배경이 나온다. 광화문 뒤면은 물론이고 서울 야경도 결코 나쁘다고 할 수 없다. 최수문 기자

무대의 주인공은 배경 건물이 아니고 배우도 역시 아니다. 당연히 관객이다. 그들이 가장 편하게 공연을 관람할 수 있는 장소를 선택하게 해야 한다. 낮이면 관객들을 태양에서 등지게 하기 위해 무대를 북쪽에 둘 수도 있겠다.


하지만 대부분 공연은 밤에 하니 이런 경우도 아니다. 서울 시내 야경도 충분히 빼어남을 자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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