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재 "위헌 아냐" 결정에도…종부세 개편 필요성 대두

"중산층 대부분…세제 손질 필요"
與野도 '1주택자 완화' 공감대


헌법재판소가 문재인 정부에서 납부 대상이 확대된 종합부동산세에 대해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위헌은 아니라는 뜻이지만 ‘정치적 세금’인 종부세를 폐지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고 정치권도 실거주 1주택자 종부세 완화에 공감대를 모으고 있는 만큼 이번 기회에 국회를 중심으로 부동산 세제 전반을 뜯어고쳐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헌재는 옛 종부세법 7조 1항과 8조 1항 등에 대한 헌법소원 심판 청구 사건에서 이들 조항이 헌법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결정했다. 헌재는 “법률이 직접 공시가격의 산정 기준 등을 정하지 않는다고 보기 어렵다”며 “부동산 투기 억제와 가격 안정을 도모하려면 시장 상황에 탄력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어 종부세 과세표준 산정을 위한 공정시장가액비율을 하위 법령에 위임할 필요성이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종부세가 과잉금지원칙을 위반한다는 주장에 대해서도 실수요자를 보호하려는 목적이 뚜렷하다고 봤다.


옛 종부세법 7조 1항은 주택 공시가격 합산 금액이 6억 원이 넘으면 종부세 납부 대상으로 명시하고 있다. 8조 1항은 공시가격 합산액에서 6억 원을 공제한 금액에 공정시장가액비율을 곱해 과세표준을 정한다고 돼 있다. 청구인들은 문재인 정부 당시 종부세 납부 의무자가 대폭 늘자 재산권을 침해 당했다며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전문가들은 종부세 개편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야당에서도 1주택자에게 부담을 낮춰 주는 방향으로 개편을 시사하고 있는 만큼 22대 국회에서 개정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고 내다봤다. 정부 고위 관계자는 “부동산 가격 상승과 인플레이션에 앉아서 종부세 대상이 된 중산층이 많다”며 “정치권과의 논의가 필수지만 부동산 세제 전반을 들여다볼 필요는 있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종부세 대상 27%가 1주택자


종합부동산세는 2005년 도입된 후 꾸준히 논란의 대상이었다. 재산세와의 이중과세 문제는 물론이고 정치권에서 도입 명분으로 삼았던 ‘다주택자 규제’ 효과 역시 제한적이었다는 평가가 많았다. 특히 문재인 정부 이후에는 행정부가 결정하는 공정시장가액비율에 따라 납세 대상자와 세액이 요동치는 구조가 굳어졌다는 비판이 나오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헌재의 종부세 합헌 결정에도 종부세를 폐지하고 재산세로 부동산 과세를 일원화하거나 세금을 이연시키는 쪽으로 개편해 정치권에서 종부세 문제를 결자해지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날 국세청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지난해 종부세는 총 49만 9000명에게 4조 7000억 원이 고지됐다. 주택분 종부세 대상자는 41만 2000명인데 이 가운데 1주택자가 11만 1000명으로 전체 과세 인원의 27%를 차지한다. 문재인 정부가 종부세를 강화한 취지가 다주택자의 투기를 막는 데 있었던 것과 달리 종부세가 중산층의 세 부담을 키우고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행정부의 판단에 따라 납세자 수와 납부세액이 요동치는 것도 문제로 꼽힌다. 대표적인 사례가 공정시장가액비율이다. 정부는 시행령을 통해 공정시장가액비율을 60~100% 사이에서 정할 수 있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은 종부세 과세표준을 계산할 때 중요한 변수 중 하나로 꼽힌다. 주택 종부세 과표는 공시가격에 공제 금액을 뺀 뒤 공정시장가액비율을 곱해 결정한다. 여기에 보유 주택 수와 과표 등에 따라 0.5~5%의 세율을 곱해 세액을 확정하는 식이다.


실제 납부세액이 대통령령에 따라 큰 영향을 받는다는 점에서 조세법률주의에도 위배된다는 주장이다. 홍기용 인천대 경영학과 교수는 “시가표준 현실화율을 정부에 과도하게 위임한 것”이라고 해석했다.





문재인 정부가 공정시장가액비율 상향을 추진하면서 종부세 납세 대상자와 세액은 점차 늘어나기 시작했다. 공정시장가액비율은 2018년까지 80%로 유지됐지만 2019년 85%, 2020년 90%, 2021년에는 95%로 매년 5%포인트씩 올라갔다. 종부세 납세 인원도 2018년 46만 3527명에서 2021년 101만 6655명으로 2.2배 불어났다. 윤석열 정부가 들어선 2022년부터는 공정시장가액비율이 60%로 유지되면서 지난해 납세 인원은 2018년 수준인 40만 명대로 돌아오게 됐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윤석열 정부가 공정시장가액비율과 공시가격을 누르는 방향으로 세 부담을 완화하며 납세자들의 불만을 달랜 측면이 있다”면서도 “정부가 납부세액에 과도하게 개입하고 있다는 문제는 해결되지 않았다”고 분석했다.


재산세와의 중복 논란도 종부세를 두고 단골로 제기되는 문제다. 오문성 한양여대 세무회계학과 교수는 “토지·주택에 대해 종부세와 재산세는 과세 대상이 동일하다”며 “이중과세 문제가 있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종부세의 경우 징세 주체는 중앙정부인데 징수액은 전액 부동산교부금 명목으로 지방으로 빠져나간다. 재산세도 지방세라는 점을 고려한다면 구태여 종부세를 둘 필요가 없다는 해석이 나오는 이유다. 더구나 재산세보다 과세 대상은 협소한데 누진성은 강해 형평성이 낮다는 분석이 지배적이었다. 김우철 교수는 “재산세는 기본적으로 지방자치단체의 재정 투입에 비례해 재산 가치가 올라갔을 때 그에 비례해 내는 편익 과세”라며 “‘내가 누린 편익만큼 낸다’는 성격 때문에 여러 나라에서 재산세를 재산 가치에 비례해서 매기지 누진적으로 세금을 계산하지는 않는다”고 설명했다.


집값을 잡는다는 본래 목적도 지키지 못했다는 지적 또한 나온다. 실제로 문재인 정부는 다주택자 종부세와 양도세를 강화하는 식으로 부동산 가격을 안정화하는 전략을 취했다. 2018년까지 0.5~2% 수준이었던 주택 종부세율은 2019~2020년 0.5~3.2%로 오른 데 이어 2021~2022년에는 0.6~6%로 상승했다. 그러나 KB국민은행의 주택 매매가격 통계에 따르면 2021년 전국의 집값 상승률은 14.97%로 2002년 이후 19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종부세를 폐지해 재산세로 일원화하는 쪽으로 제도를 개편해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22대 국회에서도 종부세 개편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할 예정인 만큼 전향적으로 논의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이날 “우리 정부 국정과제도 종부세 폐지를 검토한다는 방침”이라며 헌재 결정과 상관없이 부동산 세제 개편에 나설 것을 시사했다. 더불어민주당의 경우 ‘1주택자 종부세 폐지’보단 ‘세 부담 완화’에 초점을 두고 있다. 김우철 교수는 “종부세를 없애고 재산세율을 높이는 동시에 거래세도 함께 폐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종부세, 자산·소득 재분배 효과도 제한적"




문재인 정부에서 종합부동산세를 추진한 명분 중 하나는 불평등 해소였다. 그러나 그간의 분석 결과를 보면 한국에서는 종부세를 비롯한 재산세의 재분배 효과가 제한적이었다는 의견이 적지 않다.


통계청의 ‘한국의 사회동향 2022’에 수록된 김준형 명지대 교수의 논문에 따르면 2021년 다주택자의 순자산(중위값 기준)은 전월세 등 무주택 임차 가구보다 19배 많았다. 2018년의 15.6배와 비교했을 때 두 가구 간 격차가 더 확대된 것이다.


무주택 임차 가구의 순자산 중위값이 2018년 3390만 원에서 2021년 4000만 원으로 610만 원으로 증가하는 사이 다주택자는 5억 3000만 원에서 7억 6000만 원으로 2억 3000만 원이나 불어났기 때문이다.


김준형 교수는 “대부분의 지역이 주택 가격 급등을 경험한 2018년과 2021년 사이에 무주택 임차 가구와 자가 가구 간 자산 격차가 벌어졌음을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당시는 문재인 정부가 다주택자 등을 대상으로 종부세와 양도세를 강화했던 시기다.


학계에서는 종부세와 재산세의 자산 재분배 효과가 작을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특히 종부세의 경우 세원이 일부 부동산 보유자에 국한돼 있어 전반적인 소득 불평등 해소에 기여할 수 있는 부분이 적다는 분석이다. 김우철 교수는 “상위 1%에 매기는 세금(종부세)이 재분배에 끼치는 영향은 제한적”이라고 해석했다.


재산세제가 소득 불평등을 완화하는 데도 효과가 제한적이라는 분석 또한 있다. 성명재 홍익대 교수가 지난해 9월 한국조세재정연구원과 함께 2013~2021년 재산 과세(종부세 및 재산세)의 소득 재분배 효과를 분석했는데 2020년(0%)을 제외하면 모두 오히려 지니계수를 높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니계수가 높을수록 소득 불평등도가 크다는 뜻이다.


성 교수는 “관료와 정치인들은 재산 과세를 통해 ‘플러스’의 재분배 효과를 실현할 수 있다고 믿는 경향이 있고, 일반인들도 대부분 그렇게 믿고 있다”며 “그렇지만 재산세 또는 재산세와 종부세를 합산한 재산 과세 전체적으로는 소득 재분배 효과가 마이너스의 방향성을 갖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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