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널드 트럼프 전 미국 대통령의 ‘성 추문 입막음 돈’ 의혹 사건 형사재판에서 배심원단이 30일(현지시간)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 제기된 모든 혐의에 대해 유죄 평결을 내렸다고 미 주요 언론이 보도했다.

뉴욕 맨해튼 주민 12명으로 구성된 배심원단은 이날 오후 뉴욕 맨해튼 형사법원에서 심리를 마친 뒤 트럼프 전 대통령에게 제기된 34개 범죄혐의에 대해 모두 유죄라고 판단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전직 성인영화 배우 스토미 대니얼스의 성관계 폭로를 막기 위해 당시 개인변호사 마이클 코언을 통해 13만 달러(약 1억7000만 원)를 지급한 뒤 이를 법률 자문비인 것처럼 위장해 회사 기록을 조작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전직 대통령이 형사사건으로 기소된 것은 미국 역사상 처음이었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회사 장부 조작 혐의는 물론 대니얼스와 성관계를 했다는 것을 부인하면서 이번 사건을 정치적 동기에 기반한 민주당 세력의 ‘선거 방해’이자 ‘마녀사냥’이라고 주장해 왔다.

트럼프 전 대통령은 이날 배심원단의 평결 이후 법원 앞에서 “이것은 수치스러운 일이며 조작된 재판”이라며 “진짜 판결은 11월 대선에서 내려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나는 무죄이며 끝까지 싸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종 판결은 배심원들의 평결에 기반해 재판을 맡은 후안 머천 판사가 내리게 된다.

한편, 트럼프 전 대통령에 대해 배심원단이 모든 혐의에 대해 유죄 평결을 내리면서 조 바이든 대통령과 트럼프 전 대통령이 접전을 벌이고 있는 11월 대선 구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쏠린다. 앞서 ABC방송 여론조사에서는 4%, 퀴니피액대 여론조사에서는 6%의 트럼프 전 대통령 지지자가 그가 유죄일 경우 지지를 철회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대선이 워낙 초접전 상태인 만큼 적지 않은 숫자다. 워싱턴포스트(WP)도 트럼프 전 대통령이 유죄 판결을 받을 경우 그에 대한 지지율이 2%포인트(P) 정도 하락한다며 이는 1%P 이내 차이로 승패가 갈린 경합주에서 의미가 있을 수 있다고 봤다.

반면, 트럼프 측은 최종적으로 유죄 판결이 나도 큰 영향이 없을 것이라고 자신하고 있다. 현재 트럼프 캠프에서는 이번 재판 자체를 “바이든 행정부에 의한 정치적 박해”라고 주장하고 있으며 상당수의 지지자들도 이에 동조하고 있다. 이에 캠프 측은 ‘마녀사냥의 희생양’ 프레임을 적극 활용하면서 지지자를 더욱 결집하는 데 주력할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