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암 이병철 삼성 창업회장의 인재 제일과 사회 공헌 정신을 기리기 위해 제정된 삼성호암상 시상식이 개최됐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3년 연속 시상식에 참석해 수상자를 격려했다.
호암재단은 31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제34회 삼성호암상 시상식을 열었다. 삼성호암상은 이건희 선대회장이 이 창업회장의 인재 제일, 사회 공헌 정신을 기려 1990년에 제정한 상이다. 수상자로는 △과학 △공학 △의학 △예술 △사회 공헌 등 분야에서 탁월한 업적을 이뤄내 세계적 권위자로 인정받는 국내외 한국계 인사들을 선정한다.
올해 수상자로는 과학상 화학·생명과학 부문에 혜란 다윈 미국 뉴욕대 교수, 과학상 물리·수학 부문에 고(故) 남세우 미국 국립표준기술연구소 연구원이 선정됐다. 공학상은 이 선대회장이 우수 인재를 양성하겠다는 의지에 따라 출범한 장학재단의 1기 장학생 출신이기도 한 이수인 미국 워싱턴대 교수, 의학상은 피터 박 미국 하버드대 의대 교수가 수상했다. 또 예술상은 소설가 한강, 사회봉사상은 제라딘 라이언 아일랜드 성골롬반외방선교수녀회 수녀 등에게 돌아갔으며 부문별 수상자에게는 상장과 메달, 상금 3억 원씩 총 18억 원이 전달됐다.
시상식은 수상자 가족, 지인 및 관계자, 삼성사장단 등 27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만찬 행사에는 채수정 판소리 명창과 지난해 호암상 예술상을 수상한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참석해 축하 공연을 펼쳤다. 김황식 호암재단 이사장은 시상식 인사말에서 “올해 수상자는 여성 수상자가 전체의 3분의 2로 역대 최고인 4명에 이르러 우리 사회의 변화와 발전의 다른 면을 보는 것 같아 반갑기도 하다”고 말했다.
다윈 교수는 “미국 내 생명과학 분야에서 한국인을 찾는 것은 여전히 어려운데 호암상이 꿈을 좇는 전 세계 한국 과학자들에게 격려가 된다”고 수상 소감을 밝혔다. 이 교수는 “많은 분이 영감을 받아 공학자의 길을 선택하고, 도전적인 연구로 인류가 직면한 중요한 문제가 해결되기를 진심으로 희망한다”고 했다. 한 작가는 “올해는 제가 첫 소설 발표한 지 30년이 된 해”라며 “서두르지 않고 더 먼 길을 우회해 계속 걸어가보려고 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이 회장은 올해로 3회 연속 시상식을 직접 챙겼다. 이 회장은 선대 회장들의 뜻을 이어 호암상에 각별한 관심을 쏟고 있다. 2021년 시상식부터 산업 생태계의 기초를 강화하고 국가 경쟁력 제고에 기여하자는 취지로 기초과학 분야에 대한 지원 확대를 제안하기도 했다. 아울러 그는 삼성호암상을 운영하고 각종 연구 사업 등을 지원해온 호암재단에 2021년부터 3년째 개인 기부를 이어오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이 회장이 매년 시상식을 찾는 것은 글로벌 인재 경쟁력을 중시하는 선대의 인재 제일 철학을 계승하고 사회와 동반 성장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가했다.
한편 올해 수상자들은 30일 삼성전자·삼성바이오로직스·삼성서울병원 임직원 약 3300명을 대상으로 각 사의 사업과 관련된 주제로 온·오프라인 특강을 진행했다. 수상자들이 삼성그룹 임직원을 대상으로 특강을 진행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이들이 가진 전문 지식을 계열사별 사업 특징에 맞게 풀어내 강의를 들은 임직원들에게 좋은 반응을 이끌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