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수요관리(DR) 업체인 그리드위즈가 기업공개(IPO)를 위한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 결과 희망 가격 범위(밴드) 내에서 공모가를 확정했다. 기관 투자자들이 올 IPO 시장에서 항상 밴드 상단 대비 20~30% 높은 금액으로 주문을 넣던 것과 비교하면 달라진 결과다. 앞으로 공모가 과열 현상이 주춤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그리드위즈는 31일 기관투자가 대상 수요예측 결과 공모가를 4만 원으로 결정했다고 공시했다. 이에 따라 총 공모액은 560억 원, 공모가 기준 시가총액은 3179억 원으로 확정됐다.
올 IPO 시장에서 공모가의 밴드 상단을 넘어서지 못한 것은 그리드위즈가 처음이다. 지난 4월 HD현대마린솔루션(443060)이 밴드 상단으로 공모가를 결정했지만 이는 기관투자가들의 상단 초과 주문이 절대적으로 많았음에도 시장 평판을 고려해 기업이 자발적으로 가격을 내렸다.
이에 반해 그리드위즈는 기관투자가의 상대적으로 적은 수요 예측 참여, 주문 가격대의 너른 분포 등이 원인으로 꼽힌다. 실제 그리드위즈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23일부터 5영업일간 진행된 수요예측에 국내외 기관투자가 1098곳이 참여해 약 125 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 앞서 노브랜드(145170), 아이씨티케이(456010), 코칩(126730) 등 코스닥 IPO 종목 수요예측에는 2000곳이 넘는 기관이 참여해 약 800~1000대 1의 경쟁률을 보인 점과 견주면 경쟁률이 낮아졌다.
기관투자가의 주문 신청 가격별 물량 분포도 밴드 상단을 초과는 주문 수량 기준 67.2%, 4만 원은 12.7%였다. 밴드 하단가인 3만 4000원에 주문된 물량도 15.4%였다. 투자 심리가 양극화됐다는 말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상장 후 일정 기간 동안 주식을 팔지 않겠다고 약속한 의무 보유 확약 물량은 0.95%에 불과한 점도 유의할 대목이다. 기관이 보유한 99% 물량이 상장 당일에 매물로 나올 수 있다는 뜻이다.
그리드위즈는 전력거래소에서 감축 지시가 내려지면 고객이 전력 자원감축에 참여할 수 있도록 돕고, 감축에 따라 전력거래소 측으로부터 지급되는 정산금을 고객에게 전달하는 수요관리자의 역할을 맡고 있다.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수수료 수익을 통해 매출을 올린다. 지난해 42억 원의 순이익을 올렸다.
투자은행(IB) 업계에서는 공모규모가 500억 원이 넘는 중형급 IPO의 경우 향후 투자자들의 ‘옥석가리기’가 나타날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그리드위즈 수요예측에 참여한 한 자산운용사는 “수요예측 첫날만 해도 상단 초과 주문이 많았지만 마감일 주문을 수정하는 등의 투자가들이 많았다”며 "소형 IPO는 주가가 수급에 좌우되기 때문에 공모가 과열 현상이 사그라들기 쉽지 않겠지만 중형급의 경우 눈치보기를 하는 투자자들이 늘어난 거 같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그리드위즈는 상장 주관사인 삼성증권(016360)을 통해 6월 3~4일 일반 청약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