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이브와 민희진 어도어 대표간 경영권 분쟁이 새로운 국면을 맞이했다. 지난달 31일 열린 어도어 임시주주총회에서 하이브는 기존 이사진 2인을 해임하고 새 이사진 3인을 선임했다. 전날 결정된 의결권행사금지 가처분 인용에 따라 민 대표는 해고하지 못했다. 이날 민 대표는 두 번째 기자회견을 열고 “하이브와 타협점이 잘 마련됐으면 좋겠다. 다시 한 번 판을 뒤바꿨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또한 “(엔터 산업에서) 프로듀싱과 경영은 분리되면 안 된다”며 하이브의 경영 방식을 간접적으로 비판했다.
하이브는 이날 임시주주총회에서 하이브 측 인사인 김주영 최고인사책임자(CHRO), 이재상 최고전략책임자(CSO), 이경준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어도어의 새 사내이사로 선임했다. 민 대표 측 인사였던 기존 사내이사 신모 부대표와 김모 이사는 해임됐다. 이로써 민 대표 측이 장악 했던 이사회는 1대3의 하이브 주도 구도로 재편됐다.
이사회 구도가 역전 되면서 민 대표는 회사의 경영에 어려움을 겪게 될 것으로 보인다. 어도어의 아티스트 뉴진스가 컴백해 활동하고 있고 일본 진출과 도쿄돔 입성을 눈앞에 둔 시점에서 어도어의 경영전략 결정이 난항을 겪을 것으로 보인다. 민 대표의 법무대리인 법무법인 세종 측은 “주주총회에서는 해임되지 않았지만 이사회에서 해임되는 것을 막을 수는 없어 여전히 불안한 상태”라고 말했다.
이날 서울 중구 프레스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연 민 대표는 “저는 하이브의 자회사 사장이기도 하지만 제 첫 본분은 어도어의 대표로서의 역할 수행"이라며 하이브와 어도어 간 거리를 확실히 했다. 또한 “경영권 탈취 모색이라고 하는데 처음부터 경영권은 제게 있었다”고 말하며, ‘어도어는 독립법인’이라는 사실을 강조했다.
민 대표는 “개인적 누명이 벗겨진 상태에서 저는 좀 더 자유로운 선택을 할 수 있게 됐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가 원하는 부분은 뉴진스와 함께 비전을 이루는 것”이라며 “이 분쟁으로 K팝의 새로운 모멘텀이 될 수 있는 기회가 좌절되어야 하나 싶다”고 밝혔다. 하이브에 대해 민 대표는 “누구를 위한 분쟁인가 모르겠다”며 “어떤 게 더 실익인지 대의적으로 생각해 보면 좋겠다”고 말해 하이브의 어도어 경영 개입에 대한 비판적 의견을 밝혔다. 민 대표의 이야기는 최소 하이브가 전략적투자자(SI)가 아니라 재무적투자자(FI)로 남거나, 지분관계 종결을 원하는 것으로 읽힐 수도 있다.
또한 민 대표는 “프로듀싱과 경영이 결합해서 어도어의 성과가 좋았다”고 우회적으로 엔터 업계의 특수성을 강조했다. 정보기술(IT) 업계 인사가 경영의 주축이 되고 있는 하이브에 대해서도 비판적 시각을 드러낸 셈이다. 민 대표는 “가처분이 인용되고 인사드리게 되어 가벼운 마음이고 도와주신 분들께 감사하다”며 “일이 다 끝나면 어떤 식으로든 보은할 것”이라고 말했다.
법원은 전날 민 대표가 하이브를 상대로 낸 의결권 행사 금지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민 대표가 어도어를 독립적으로 지배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한 것이 “배신적 행위라고 볼 수는 있겠지만 어도어에 대한 배임 행위가 된다고 하기에는 어렵다”고 봤다. 새 국면에 접어든 경영권 분쟁은 하이브에게 공이 넘겨진 것으로 분석된다. 다만 하이브가 민 대표 등을 업무상 배임혐의로 고발해, 조사와 재판결과가 나오기까지는 시간이 걸릴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