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일 최태원 SK그룹 회장과 노소영 아트센터 나비 관장의 이혼 소송 2심 판결을 맡은 서울고법 가사2부의 재판장 김시철 부장판사는 선고를 하며 최 회장을 여러 차례 질타해 눈길을 끌었다. 김 부장판사는 “명백한 거짓말”, “일부일처제를 전혀 존중하지 않는다” 같은 표현을 썼는데, 법조계에선 이례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판결 내용에 따르면, 최 회장은 2013년 11월 노 관장에게 보낸 편지에서 ‘내가 김희영(티앤씨재단 이사장)에게 (전 남편과) 이혼하라고 했다’고 했다. 하지만 노 관장과의 소송에선 “김씨의 이혼 과정에 개입한 적 없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김 부장판사는 “법정에서 허위 증언을 하였거나, 배우자에게 명백한 거짓말을 한 것”이라며 “최 회장 주장을 전반적으로 신뢰할 수 있는지 의문이 든다”고 지적했다.
김 부장판사는 또 자녀들이 최 회장에 대해 ‘끝까지 본인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합리화하는 위선적인 모습’이라고 쓴 탄원서도 언급했다. 김 판사는 “혼인 관계를 존중했다면 도저히 행할 수 없는 행위”라고 강조했다.
김 부장판사는 또한 “노 관장에게 진심으로 사과하지 않거나 잘못을 인정하지 않고 있다”며 “혼인의 순결과 일부일처제를 전혀 존중하지 않는 모습”이라고 판시했다.
이에 대해 SK 측은 “김 부장판사가 편파적이고 감정적으로 판결했다”고 반발했다. SK 측은 “통상 판결문에선 ‘원고 주장은 신뢰도가 낮다’고 표현하는 것과 달리, 불필요한 가치 판단이 들어간 말을 반복하며 일종의 도덕 재판으로 몰아갔다”고 항변했다.
한편 김 부장판사는 과거에도 외도를 한 배우자에게 역대 최고 수준의 위자료 지급 판결을 내리는 등 유책 배우자의 책임을 적극 인정하는 판결을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