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3알 복용 기준 월 18만원→3만5000원’
‘디클렉틴’ 등 임부의 입덧 증상을 완화해주는 ‘입덧약’이 이날부로 건강보험을 적용받게 되면서 약을 구입하기 위해 환자가 한 달에 부담하게 될 약값은 이 같이 바뀌었다. 건보 적용 이전과 비교하면 5분의1 수준으로 싸다.
임부 10명 중 7~8명꼴로 겪는 대표적 증상인 입덧은 심한 구토나 구역질을 동반하는 탓에 일상에 상당한 지장을 준다. 전체 임신부의 50%는 구역·구토를 동반하며, 25%는 구역 증상만 겪는다. 입덧 증상이 심해지면 탈수 증세나 저혈압으로 이어질 수 있다. 개인마다 다르지만, 입덧은 평균 임신 6주께 시작해 임신 12주에 가장 심해졌다가 임신 14주께는 대부분 회복되는데, 일부는 14주 이후에도 지속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입덧약은 업무 등 일상생활을 유지하려면 필수적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하지만 올 1분기 합계출산율이 0.76명에 불과한 극도의 저출생에도 지금껏 계속해서 비급여 대상이라 비용 부담이 상당했다. 이번에 건보 적용 대상이 되면서 상당한 혜택을 받게 됐다.
보건복지부는 지난달 30일 박민수 2차관 주재로 열린 ‘2024년 제11차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에서 이 같은 사항을 의결했다. 복지부는 “심각한 저출생 속에 임부의 일상생활이 지장을 받지 않도록 필수 약제를 급여화해 경제적 부담을 완화하고자 한다”고 전했다.
입덧약 치료제(성분명 독실아민숙신산염·피리독신염산염)는 입덧 증상을 겪는 임부가 가장 많이 처방받는 약으로 알려져 있다. 많은 수요에도 그동안 건보 적용이 안 되는 비급여 약제라서 부담이 적지 않았다. 한 알에 평균 2000원 수준이지만 비급여 의약품이라 약국마다 가격이 천차만별이었다. 하루 3알 먹는다고 가정하면 한 달에 드는 돈은 최대 약 18만원. 입덧이 심하면 태아 당 총 100만원을 지원받는 임신·출산바우처 대부분을 입덧약 구입에 지출해야 할 정도였다.
이 문제가 주목을 받은 건 심각한 저출생의 영향이 컸다. 지난해 5월 열린 ‘난임·다태아 임산부 정책간담회’에서도 임부, 의료진들이 모두 입덧약이 건보 적용을 요구했다. 한 참석자는 “입덧은 산모가 겪는 가장 힘든 증상으로 일상에 제일 지장을 많이 끼친다”며 “임부에게 꼭 필요한 약이 급여화가 되었으면 좋겠다”는 의견을 전했다. “입덧약만 사는데도 정부가 주는 임신·출산바우처를 다 써 병원에 쓸 돈이 정작 사라지고 없다”는 호소도 나왔다. 간담회에 참석했던 전종관 서울대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입덧 증상이 있을 때 조기 진통을 막으려고 약을 쓰는데 약이 너무 비싸다. 반드시 보험이 돼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이후 입덧약을 건보 적용 대상에 포함하기 위한 검토 작업이 본격화했다. 8개 제약사가 자사 입덧약을 보험급여 의약품에 올리겠다고 신청했으며,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건강보험에서 약값을 지원해줄 만큼 가치가 있는지 검증하는 ‘급여 적정성 평가’를 벌였다. 이후 상한금액은 식품의약품안전처 허가사항, 교과서, 임상진료지침, 제외국 급여 현황, 현 국내 유통가격 등을 참고하여 제약사와 협상을 통해 결정했다.
이 약이 건보 적용을 받게 되면서 한 달간 1인당 투약 비용은 본인부담 30%를 적용했을 때 3만5000원 수준으로 줄어든다. 복지부에 따르면 입덧약 투약 대상 환자 수는 약 7만2000명이다. 복지부 관계자는 “국민 건강 향상에 꼭 필요한 약제는 신속한 급여화를 통해 보장성을 지속적으로 강화해 갈 예정”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