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선수법] 고무줄 잣대에…한계기업 주요 자금조달 수단 위축

■한승엽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전환사채에 관한 법적 불명확성

한승엽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

전환사채 시장 건전성 제고 방안에 대한 논의가 활발하다. 금융위원회는 지난1월 23일 전환사채 콜옵션 행사자 지정시 구체적인 행사자, 정당한 대가 수수여부 및 지급금액에 대한 공시 의무를 강화하고, 전환가액 조정(refixing)을 합리화한다고 밝혔다. 전환사채가 관련된 불공정거래 혐의도 지속적으로 발굴·조사할 예정이다.


회사는 유상증자, 은행 차입, 회사채 발행 등을 이용해 자본을 조달한다. 한계기업 또는 재무곤경기업 등 이 같은 방법으로 자금을 조달하기 어려운 경우 전환사채 등 회사채에 옵션이 부가된 메자닌채권(mezzanine bond)을 이용한다. 전환사채는 일정기간 경과 후 발행회사의 주식으로 전환될 수 있는 권리가 붙어 있는 사채다. 한계기업 또는 재무곤경기업의 주요한 자금조달 수단으로서의 기능을 수행한다. 그러나 전환사채가 대주주의 편법적인 지배력 강화에 쓰이거나, 무분별하게 유통돼 주식시장을 과하게 흔든다는 비판을 받았고, 실제 불공정거래 행위에 악용되는 사례도 있었다.


그런데 전환사채와 관련한 법적 규제는 행위 당시에 분명하지 않고, 사후에 판례 등을 통해 확인되는 경우가 있었다. 대표적인 사례는 삼성 에버랜드 전환사채 판결이다. 주식회사의 이사가 시가보다 현저하게 낮은 전환가액의 전환사채를 발행하는 경우 배임죄가 성립하는지 여부가 쟁점이었다.


당시 대법원 전원합의체는 ‘6(찬성) 대 5(반대)’로 무죄를 선고했다. 1표 차이로 결론이 바뀔 만큼 법리 논쟁이 치열했다. 대법원의 결론은 주주배정과 제3자 배정은 달리 보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회사가 기존 주주의 지분율에 따라 주주들에게 전환사채를 배분(주주배정)하면 회사에 손해가 없기 때문에 배임죄가 성립하지 않지만, 그러하지 아니하는 경우에는 배임죄가 성립한다고 판시했다.


최근에는 콜옵션 전환사채(전환사채를 매수할 수 있는 권리인 콜옵션이 부여된 전환사채)에 대한 논쟁이 뜨겁다. 이중 제3자 지정 콜옵션부 전환사채(발행회사 또는 발행회사가 지정하는 자가 콜옵션을 행사하는 경우)가 문제되고 있다.


금융위원회는 2022년 5월 3일 ‘제3자 지정 콜옵션부 전환사채의 경우 해당 콜옵션을 별도의 파생상품자산으로 분리해서 회계처리를 해야 한다’는 감독지침을 발표했다. 해당 지침에는 제3자 지정 콜옵션부 전환사채 발행 당시 콜옵션은 발행회사의 자산이 되고, 발행회사가 콜옵션을 행사할 제3자를 지정하면 콜옵션은 제3자에게 양도된 것으로 된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만약 발행회사가 콜옵션을 행사할 제3자를 지정하고, 그로부터 어떠한 반대 급부도 수령하지 않았다면 어떻게 될까? 금융위원회의 감독지침에 의하면, 자산의 무상양도로 인한 각종 법적 문제가 발생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아직도 이에 대한 법적 준수사항은 명확하지 않다. 콜옵션 행사권자로 지정받은 제3자는 어느 정도의 반대급부를 제공해야 하는지, 제3자가 주주, 임원 또는 근로자인 경우 법적으로 어떻게 처리해야 하는지 정립된 기준은 없다. 이 같은 불명확성은 전환사채를 활용한 자금조달을 위축시키고 경제활동의 자유와 창의를 저해한다. 전환사채에 관한 법적 불명확성이 조속히 해소될 수 있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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