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북한의 잇단 대남 오물 풍선 살포와 위성항법장치(GPS) 교란 도발에 맞대응해 대북 확성기 방송을 재개하기로 했다. 2018년 4월 전격 중단된 후 6년 만의 조치다.
장호진 국가안보실장은 2일 긴급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상임위원회를 주재한 후 브리핑에서 “북한이 감내하기 힘든 조치에 착수할 것”이라고 밝혔다. NSC 상임위원회 확대회의에서는 북한의 오물 풍선 살포와 GPS 교란 행위를 정상 국가로서는 상상할 수 없는 몰상식적이고 비이성적인 도발 행위로 규정했다.
대통령실 고위 관계자는 ‘북한이 감내하기 힘든 조치’의 의미에 대해 “대북 확성기 방송 재개도 배제하지 않을 것”이라며 “그것을 하기 위해 필요한 절차는 당연히 취할 것”이라고 했다. 이어 “북한의 어떠한 추가적 도발도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며 “이를 위해 확고하고 빈틈없는 대비 태세를 유지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북한의 저열한 도발이 우리 국민들에게 실제적 위협을 가해 국민 불안과 사회의 혼란을 야기하는 만큼 비례 원칙에 따라 맞대응 조치에 나서겠다는 의미로 풀이된다.
대북 확성기 방송이 재개되면 문재인 정부 시절인 2018년 4월 전격 중단된 후 6년 만이다. 대북 확성기 방송은 1963년 박정희 정부 때 시작돼 노무현 정부 당시인 2004년 남북군사합의를 통해 중단된 바 있다. 이후 이명박 정부와 박근혜 정부 때 천안함 피격 도발(2010년)과 지뢰 도발(2015년), 북한의 4차 핵실험(2016년) 등 북한의 도발에 대한 대응 조치로 일시적으로 재개되기도 했다.
대북 확성기는 최전방 지역 10여 곳에 고정식으로 설치돼 있다. 이동식 장비도 40여 대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군 관계자는 “대북 확성기는 언제든 재개할 수 있는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다”고 전했다. 북한 지휘부에 대한 강력 메시지를 전달하는 차원에서 대북 방송은 주로 대한민국 체제의 우월성을 선전하고 북한 체제의 잔혹성을 고발하는 내용과 한국 가요 등을 방송할 것으로 전해졌다.
합동참모본부에 따르면 북한이 두 차례 살포한 오물 풍선은 총 1000개 가까이 식별됐다. 군 당국은 위험 물질이 포함돼 있을 가능성을 배제하지 못하는 만큼 격추 등의 방법보다는 이전과 같이 낙하 후 안전하게 수거하고 있다.
1000개 가까운 오물 풍선이 곳곳에 떨어지면서 피해도 현실화하고 있다. 경찰 등에 따르면 이날 오전 10시 22분께 경기 안산시 단원구의 한 빌라 주차장에 북한에서 날아온 것으로 추정되는 오물 풍선이 떨어져 주차돼 있던 승용차 앞 유리창이 박살 났다. 또 인천국제공항에도 오물 풍선이 떨어져 이날 오전 7시부터 7시 18분까지 18분 동안 출발과 도착 편 운항이 일시적으로 중단됐다.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에서 남쪽을 향한 GPS 전파 교란 공격은 이날도 계속됐다. 지난달 29일부터 닷새째다.
한편 한미 국방 당국은 북한의 오물 풍선 살포가 정전협정 위반이라는 인식을 재확인했다고 국방부가 밝혔다. 또 두 장관은 북한의 연이은 미사일 도발과 각종 위협적 발언 등 한반도 및 역내 긴장을 고조시키고 있는 무분별한 행위를 한목소리로 강력히 규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