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부자 감세라는 이유로 금융투자소득세 폐지와 유예 요구를 일축하면서 금투세가 예정대로 내년부터 실시될 경우 중산층의 부담이 커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관련 시리즈 3면
2일 세무 업계에 따르면 내후년 연말정산부터 국내 주식과 채권, 파생상품 등에서 100만 원 초과 수익을 거둔 부모와 배우자, 자녀는 소득세법상 부양가족 인적공제(1인당 150만 원)를 받을 수 없다. 금투세는 연 5000만 원을 초과한 금융 상품 투자 이익에 20~25%의 세금을 매긴다. 금투세가 시행되면 수익이 5000만 원을 밑돌아도 해당 수익이 ‘소득’으로 잡히기 때문에 세금은 내지 않더라도 연소득 100만 원 초과 시 가족 인적공제를 받을 수 없다는 조항에 걸린다.
예를 들어 국내 주식에 투자하는 전업주부 아내를 둔 연봉 6000만 원 직장인이라면 부인이 1년에 100만 원 넘게 벌면 인적공제 탈락으로 연간 36만 원의 추가 부담이 생긴다. 주식에 투자하는 가족이 2명이면 금액이 72만 원으로 불어난다. 금투세가 중산층 증세라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지난달 31일 금투세와 관련해 전문가들과 간담회를 연 뒤 기자들과 만나 “연말정산 공제 등에서 손해를 입는 사람이 몇 십만 명 단위가 될 것으로 보인다는 시장 전문가들의 의견이 있었다”며 “투자자들이 주식으로 5000만 원이 넘는 이익을 얻으면 세금을 내려고 하는 게 아니라 다른 것(손실 가능한 주식)을 팔아서 이를 피하려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금투세 시행 시 건강보험료가 급증하는 것 아니냐는 걱정도 끊이지 않는다. 현재 주식·부동산 양도소득은 건보료 계산에 반영되지 않는다.
자금 이탈 우려도 여전하다. 전문가들은 금투세가 도입되면 국내 증시와 파생상품·펀드 시장에서 자금 유출이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이 때문에 금투세 폐지를 논의하되 합의 시간이 모자라면 시행을 재차 유예해야 한다는 조언이 업계에서 나온다. 오문성 한양여대 세무회계학과 교수는 “금투세를 도입하면 국내 증시의 세제상 비교 우위가 사라져 해외 주식시장으로 자금이 유출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