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 현대차가 도요타를 넘으려면

■노해철 산업부 기자

최근 일본 현지 공장에서 한국 취재진을 만난 도요타자동차 고위급 인사는 현대자동차의 노사관계를 콕 집어 다소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공장 또는 라인별 생산량까지 노조와 협의해야 하는 현대차의 현실을 납득하기 어렵다며 손사래를 쳤다. 그러면서 도요타는 오직 필요한 양을 그때그때 만들어 내는 ‘적시생산(Just In Time)’ 원칙에 따라 생산량을 조절한다고 자부했다.


이러한 발언을 가벼운 ‘자랑’ 정도로 치부하기엔 시사하는 바가 크다. 도요타가 지난해 ‘4년 연속 글로벌 판매량 1위’ ‘일본기업 최초 영업익 5조엔 달성’ 등 타이틀을 거머쥔 배경에는 상생을 추구하는 노사관계가 자리하기 때문이다. 도요타 노사는 전기차의 캐즘과 하이브리드차의 수요 폭발이 맞물리는 시기에 안정적인 생산에 합심하며 실적 개선은 물론 회사 경쟁력까지 끌어올리는 저력을 발휘했다.


국내로 눈을 돌리면 상황은 달라진다. 현대차 노조는 지난 2월말 특별성과급 지급을 요구하며 ‘특근거부’ 카드부터 꺼냈다. 특근은 고객 주문이 밀린 인기 차종을 생산하기 위해 주말과 휴일 등을 활용하는 것인데 이를 전면 거부하며 압박에 나선 것이다. 자칫 차량 출고 대기 기간이 길어지는 등 고객 불편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을 간과한 듯한 처사를 보였다.


노조의 요구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특별성과급 지급과 임금 인상에 더해 주 4.5일제 도입, 정년연장 등을 회사에 요구하면서 이를 수용하지 않으면 파업을 벌여야 한다는 내부 목소리도 들린다. 이들 노조가 조합원의 근무 환경 개선을 넘어 인사 및 경영권까지 간섭하려 들자 국내 소비자들 사이에서는 “국내 공장을 해외로 이전하라”는 자조적인 반응마저 나오는 실정이다.


미래차 시장의 ‘퍼스트 무버(선도자)’를 내건 현대차가 목표를 달성하려면 상생의 노사 관계가 뒷받침해야 한다.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소비자의 선택을 받으며 1위 행진을 이어가는 도요타 사례를 주목하는 이유다. 노조는 파업을 볼모로 정년 연장 등을 요구하기에 앞서 회사와 함께 현재 임금 제도는 적합한지, 생산성 제고 방안은 무엇인지 고민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 글로벌 업체 간 치열한 경쟁 속 소모적인 노사 갈등은 경쟁력을 갉아먹는 빌미를 제공할 뿐이다.





<저작권자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