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지스자산운용이 부동산 펀드를 조성해 4년여 전 약 9000억 원에 사들인 독일의 대형 오피스 빌딩이 결국 대주단들의 대출 만기 연장 불가 선언으로 기한이익상실(EOD) 처리됐다. 이 펀드는 해당 빌딩의 지분에 투자했던 상품이었던 만큼 수익자들의 자금은 대부분 손실을 볼 가능성이 커졌다.
3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이지스운용은 전날 독일 프랑크푸르트 소재의 트리아논 빌딩 현지 대주단으로부터 대출 만기가 불가능하다고 최종 통보 받았다. IB업계의 한 관계자는 “은행들이 자신들에게 매각 통제권을 전적으로 부여하고 특히 본건에 대한 질권을 추가로 제공하라고 요구했다”면서 “이지스가 이를 받아들이면 언제든 헐값에 처분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는 것이어서 수용할 수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지스운용은 지난 2018년 하반기 기관 대상 사모펀드로 1835억 원, 개인 투자자 대상 공모펀드로 1868억 원을 각각 모집하고 현지에서 일으킨 5000억 원대 대출을 묶어 이 빌딩을 약 9000억 원에 사들였다. 그러나 빌딩의 핵심 임차인인 독일 데카뱅크가 임대차 만료를 앞두고 계약을 연장하지 않겠다고 하면서 자산 가치가 급락했다. 이에 현지 은행 등 대주단들도 대출 연장 불가를 통보하고 투자금 회수에 나서려는 것이다.
당초 이지스 펀드의 만기는 지난해 10월이었으나 수익자 총회를 통해 기간은 2년 연장된 상태다. 대주단들의 최초 대출 만기도 지난해 11월 말 돌아왔으나 이지스 측과 협의 하에 6개월 연장안이 받아들여졌다. 그러나 이번에 대주단들이 두번째 대출 연장에 동의하지 않으면서 투자 원금 전액 손실도 불가피해졌다는 진단이 나온다.
이지스운용은 해당 투자자산을 보유한 서류상회사(SPC)가 3주 내에 현지 법원에 도산 정차를 신청할 것으로 보고 있다. 회사 관계자는 “이 절차 진행시 통상 1~2년의 시간이 추가 소요될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송구한 마음으로 어떠한 상황에서도 투자자 보호를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