헌법재판소가 고위 공직자에게 적용되는 대표적인 죄인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가 헌법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2006년에 이어 18년 만에 직권남용 권리행사방해죄의 합헌 여부를 재확인한 것이다.
4일 법조계에 따르면 헌재는 우병우 전 청와대 민정수석이 낸 형법 123조 위헌소원에서 지난달 30일 재판관 전원 일치 의견으로 합헌을 선고했다. 형법 123조는 공무원이 직권을 남용해 사람에게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한 경우 5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한다.
헌재는 2006년 7월 '직권을 남용해 사람으로 하여금 의무 없는 일을 하게 하거나' 부분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을 위반하지 않는다고 선고한 헌재는 "이와 달리 볼 만한 사정변경이나 필요성이 있다고 보이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즉, '직권의 남용'이란 '직무상 권한을 함부로 쓰거나 본래의 목적으로부터 벗어나 부당하게 사용하는 것'을, '의무 없는 일'이란 '법규범이 의무로 규정하고 있지 않은 일'을 뜻함이 분명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징계 등 행정 처분으로 충분한 일을 형사처벌하는 것이 맞지 않다는 주장에 대해서는 "국가작용 전반에 대한 일반 국민의 불신을 초래해 국가기능의 적정한 행사를 위태롭게 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처벌의 필요성이 크다"며 받아들이지 않았다. 헌법상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 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는 판단이다.
우 전 수석은 박근혜 정부 당시 국정원 직원들에게 이석수 전 대통령 직속 특별감찰관과 김진선 전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의 정보를 수집·보고하도록 해 직권을 남용한 혐의로 징역 1년이 확정됐다.
그는 처벌의 근거가 된 형법 123조가 모호해 어떤 범위까지 불법인지 예측할 수 없으므로 헌법상 명확성 원칙에 어긋나 위헌이라고 주장하며 헌법 소원을 제기했다.
헌재 관계자는 "공무원의 직권남용 행위를 행정상 제재가 아닌 형사처벌로 규율하는 것이 책임과 형벌 간의 비례원칙에 위반되지 않는다고 처음으로 판단한 사건"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