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만 벌써 6조, M&A 시장 가라앉자 블록딜에 목매는 IB [시그널]

500억 이상만 15건 거래
지난해(1.6조) 보다 4배 육박
보안 유지·해외 투자 수요 필수
씨티·JP모건·UBS·골드만삭스 등
글로벌 IB가 대다수 거래 주관

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딜링룸에서 딜러들이 업무를 보고 있다. 연합뉴스

올 들어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 물량이 쏟아져 나오면서 투자은행(IB)과 증권사 간 경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지난해부터 지속되고 있는 인수합병(M&A) 시장 찬바람 속에 투자금, 상속세 재원 마련 등 다양한 이유로 블록딜 수요가 늘어나 블록딜 주관을 통한 수수료 수익을 챙기려는 움직임이 강해지고 있다는 관측이다.


4일 서울경제신문이 전수조사한 집계에 따르면 올 들어 500억 원 이상의 블록딜 거래는 15건이 진행됐다. 매각한 지분 규모만 6조 원에 달한다. 이는 지난해(1조 6000억 원)의 네 배가량이나 된다.


블록딜은 보안 유지와 해외 기관투자가를 통한 투자 수요 확보가 필수인 만큼 외국계 하우스 중심으로 돌아가는 편이다. 장 마감 이후 대량매매를 진행하기 때문에 사전에 정보가 유출되면 주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 일정 기간 동안 적당히 물량을 나눠 주가에 영향을 주지 않고, 할인율도 적정하게 책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가장 규모가 컸던 건은 홍라희 전 삼성미술관 리움 관장,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이서현 삼성물산 사장 등 삼성그룹 오너 일가 모녀가 상속세를 납부하기 위해 진행한 2조 1689억 원 규모의 삼성전자 블록딜이다. 골드만삭스·씨티글로벌마켓증권·JP모건·UBS 등 글로벌 IB 4곳이 공동 주관했다. 현재까지 가장 실적이 좋은 UBS는 SK스퀘어의 크래프톤 블록딜(2700억 원)과 BRV캐피탈의 에코프로머티리얼즈 블록딜(2000억 원) 주관사를 맡았다. 또 IMM프라이빗에쿼티(IMM PE)의 우리금융, 칼라일의 KB금융,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의 신한금융 등 금융지주사 블록딜을 도맡았다. 이 중 골드만삭스는 BRV캐피탈, IMM PE, 칼라일의 블록딜을 공동으로 진행했고 알리페이의 카카오페이 블록딜(1130억 원)을 단독 주관했다.




또 씨티와 JP모건은 이부진 사장의 삼성전자 추가 블록딜(4400억 원)을 공동으로 담당했다. 씨티는 EQT파트너스의 신한금융 블록딜(4000억 원)과 알테오젠 대표 부인인 정혜신 씨의 블록딜(3164억 원)을 책임졌다. JP모건은 SK스퀘어의 크래프톤 블록딜(2700억 원)과 류광지 금양 회장의 블록딜(2439억 원)을 맡았다.


통상적으로 블록딜 매도 수수료는 0.1~0.3%이고 성공 시 성과 수수료를 추가로 받는다. M&A 딜 자체가 많이 없다 보니 소액의 수수료라도 꾸준히 챙겨야 한다는 인식이 IB 업계에 강해졌다. 매각 측이 요청하는 경우도 있지만 블록딜 수요가 있는 주요 주주를 찾아 먼저 제안하는 것이 중요하다. IB 업계 관계자는 “M&A나 기업공개(IPO)는 경험과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길게 호흡한다면 블록딜은 사전에 리스트업을 해놓고 수시로 모니터링해야 한다”며 “경쟁이 치열하다 보니 블록딜을 놓치면 내부 압박도 크다”고 말했다.


올해 블록딜 시장이 커진 것은 밸류업 기대감으로 인한 증시 상승 효과와 함께 자본시장법 개정에 따라 올 7월 24일부터 블록딜 사전공시의무제도가 시행되는 영향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상장사 임원이나 10% 이상 보유한 주요 주주는 지분 1% 이상을 거래하면 30일 전에 가격·수량·기간을 공시해야 된다. 이 경우 주가 하락 부담이 커질 수밖에 없어 가급적 공시의무제 시행 전에 블록딜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 실제 올해 진행된 주요 블록딜 다음 거래일에 해당 기업 주가는 어김없이 하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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