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상 여건 개선과 정부의 농축수산물 납품단가 지원 정책 등에 힘입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두 달 연속 2%대 후반을 기록했다. 다만 과일과 석유류 가격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했고 가공식품·외식 업체들이 이달부터 줄줄이 가격 인상에 나서 안심하기에는 이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통계청에 따르면 5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7% 상승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월 2.8%에서 2월과 3월에 각각 3.1%로 높아진 뒤 4월(2.9%)부터 두 달 연속 2%대 후반으로 내려앉았다.
품목별로 보면 농축수산물이 지난해 같은 달보다 8.7% 올랐다. 사과(80.4%), 배(126.3%), 토마토(37.8%), 고구마(18.7%) 등을 중심으로 상승세가 컸다.
앞서 정부는 3~4월에만 농축산물 물가 안정을 위해 755억 원 규모의 납품단가 지원을 진행했고 이후에도 윤석열 대통령의 “가격안정자금 무제한·무기한 연장” 주문에 따라 납품단가 지원 사업을 지속해온 바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농산물 가격이 안정 추세에 있고 할당관세로 수입 농산물 공급을 확대하기로 했다”며 “이에 기존에는 일주일에 납품단가 지원 품목을 몇 개씩 정해두고 지원했었는데 이제는 수급·가격 동향을 보고 불안한 품목 위주로 지원하는 등 단계적으로 정상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석유류의 경우 전년 동월 대비 3.1% 상승하며 전월(1.3%)보다 상승 폭이 확대됐다. 지난해 1월 4.1% 이후로 1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개인 서비스 물가도 행락철을 맞아 관광·숙박 등 외식 제외 서비스가 상승하면서 전년 동월 대비 2.8%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물가가 하향 안정세에 들어섰다고 예단하기는 이르다는 입장이다. 가공식품·외식 업체들이 5월까지 억눌렀던 가격 인상분을 이달부터 속속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치킨 프랜차이즈 BBQ는 물가 안정을 위해 두 차례 인상을 유예했다며 이날부터 치킨값을 평균 6.3% 올리겠다고 밝혔다. 롯데웰푸드·동원F&B 등 가공식품 업체들은 1일부터 초콜릿·조미김·간장 등 자사 대표 상품 가격을 평균 7.8~15%가량 인상했다. 한국은행은 이날 “지정학적 리스크가 상존한 가운데 국내외 경기 흐름, 기상 여건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큰 만큼 물가가 예상대로 목표에 수렴해가는지를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