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기 욕조서 ‘환경호르몬 600배’ 검출됐는데…제조사 대표들 ‘집유’ 왜?

1심 “징역 1년6개월에 집유” 선고

지난 2021년 2월9일 법무법인 '대륙아주' 소속 이승익 변호사가 기준치의 612배를 초과하는 환경호르몬이 검출된 아기욕조 제조업체(대현화학공업)와 유통업체(기현산업)를 상대로 형사고소장을 접수하기 위해 서울 동작경찰서에서 해당 제품을 들어보이고 있다. 사진=뉴스1

기준치의 600배가 넘는 환경호르몬이 검출된 유명 ‘아기 욕조’ 제조업체 대표들이 1심에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 받았다.


서울중앙지법 형사8단독 강경묵 판사는 3일 사기 등 혐의로 기소된 제조사 대현화학공업 대표 A씨에게 징역 1년6개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했다. 중간 유통사인 기현산업 대표 B씨에게는 징역 10개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했다. 법원은 두 사람에게 80시간의 사회봉사도 명령했다.


어린이제품안전특별법 위반 등 혐의로 함께 기소된 대현화학공업과 기현산업 법인에 대해서는 각각 벌금 700만 원과 벌금 500만 원을 선고했다.


강 판사는 “피고인들은 친환경 PVC 배수구 마개 욕조를 사용한 아기 욕조에 대해 어린이 안전성 확보 절차를 거친 다음 배수구 마개 소재를 일반 PVC로 변경해 오랜 시간 상당한 기간 제조 및 판매했다” “이 사실이 뒤늦게 알려지면서 많은 소비자들에게 정신적 고통을 줬다”고 판시했다. 또 “KC 인증 표시에 대한 공공의 신뢰도가 손상돼 죄책이 가볍지 않다”며 유죄를 선고했다.


다만 A씨 등이 각 범행과 사실관계를 인정하고 반성하는 태도를 보이는 점, 일반 PVC 배수구 마개의 위해성이 없거나 적은 것, 피해자들에 대한 손해배상액이 모두 지급된 점 등은 양형 사유로 참작됐다.


A씨 등은 지난 2020년 12월 환경호르몬 프탈레이트계 가소제가 안전기준치의 612배를 웃도는 아기 욕조 ‘코스마’를 제조·유통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프탈레이트계 가소제는 플라스틱을 부드럽게 만들 때 쓰는 화학물질로, 장시간 노출될 경우 간을 손상시키고 생식 기능을 저하시키는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제품은 유명 잡화점에서 ‘국민 아기 욕조’로 불리며 큰 인기를 끌었고 저렴한 가격에 많은 제품이 판매된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업체가 아기 욕조 부품 중 배수구 마개 원료를 변경하면서 안전 기준에 따른 시험 검사를 거쳐야 했지만, 공급자 적합성 검사를 받지 않고 KC 인증 표시를 한 것으로 조사했다. 이에 소비자를 속여 부당한 이익을 얻었다고 보고 대표들에게 사기 혐의도 적용했다.


2021년 소비자 약 3000명은 해당 제품을 사용한 뒤 아기에게 건강 이상 등이 생겼다며 이들 업체와 대표를 어린이제품안전특별법위반 등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검 조사 과정에서 업체들은 안전 기준에 따른 공급자 적합성 검사를 받지 않고 KC 인증 표시를 한 것으로 조사됐다. 검찰은 KC 인증 표시를 허위로 달아 소비자를 속여 부당한 이익을 얻었다고 보고 대표들에게 사기 혐의를 적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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