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1분기 인터넷전문은행 3곳의 부실채권 규모가 4700억 원을 넘어섰다. 연체율은 1%에 육박해 시중은행의 3배가량 높았다. 설립 취지인 ‘포용 금융 확대’에 맞춰 중저신용자 대출을 늘렸지만 고금리에 이자 비용 부담이 커지면서 연체가 급증한 것으로 분석된다. 전문가들은 은행의 건전성 문제로도 불거질 수 있는 만큼 금융 당국의 철저한 관리와 더불어 각 은행들의 혁신 신용평가 모델 도입 확대도 필요하다고 지적한다.
4일 은행연합회 은행경영공시에 따르면 올 1분기 인터넷은행 3사(카카오뱅크·케이뱅크·토스뱅크)가 보유한 3개월 이상 연체 부실채권(고정이하여신) 규모는 4784억 원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1분기 3339억 원에서 1년 새 43.25%(1445억 원)가 급증했다. 같은 기간 고정이하여신 비중은 0.20%포인트 높아져 0.68%를 기록했다. 올 1분기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5대 시중은행의 평균 고정이하여신 비율(0.28%)의 2배가 훌쩍 넘는 수치다. 인터넷은행 3사의 평균 연체율(한 달 이상 연체)은 0.92%로 시중은행(0.31%)의 3배가량 높았다.
인터넷은행 부실채권의 대부분은 가계대출이 차지했다. 전체 고정이하여신 가운데 88.44%인 4231억 원이 가계대출에서 발생했다. 개인사업자가 대부분인 기업대출 중 부실채권 규모는 553억 원이었다. 한 인터넷은행 관계자는 “인터넷은행이 주로 취급하는 가계와 개인사업자 모두 시장 경기 변동성의 영향을 많이 받는 계층”이라며 “올해 경기 악화와 고금리 부담에 부실채권 규모와 연체율이 동반 상승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금융 당국의 건전성 관리는 물론 개별 인터넷은행들의 신용평가 고도화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전성인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인터넷은행들이 첨단 심사 기법을 활용해 금융 사각지대에 자금을 대출할 수 있다고 자신했지만 부족한 점이 나타나고 있다”며 “대손충당금을 충분히 쌓는 등 아직 건전성에 문제가 발생할 상황은 아니지만 감독 강화나 신용평가 고도화 등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특히 인터넷전문은행이 개인사업자 대출로 사업을 확대하면서 빚을 못 갚는 자영업자가 급증하고 있다. 금융 당국이 올해부터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에 개인사업자 대출을 포함하기로 한 만큼 개인별·업종별 신용평가 모델의 고도화가 시급한 상황이다.
은행연합회 은행경영공시에 따르면 올 1분기 인터넷은행 3사가 보유한 기업대출의 고정이하여신 비율은 1.32%로 나타났다. 개인 대출 내 고정이하여신 비율인 0.64%에 비해 기업대출의 부실률이 훨씬 높은 셈이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기업대출(0.30%)에 비해 가계대출(0.85%)의 고정이하여신 비율이 높았지만 기업대출로 분류되는 개인사업자 대출이 늘면서 반전된 것이다.
기업대출 가운데에서는 자영업자 비중이 높은 숙박·음식업·도소매업 등의 산업에서 부실률이 높게 나타났다. 올 1분기 기준 숙박·음식업(1.65%), 도소매업(1.58%), 건설업(1.55%), 제조업(1.53%), 서비스업(1.25%) 순으로 고정이하여신 비율이 높았다. 지난해 1분기 이들 산업의 고정이하여신 비율은 1%에 못 미쳤지만 고금리·고물가가 장기화하면서 타격을 입은 것이다.
인터넷은행은 시중은행과 달리 개인사업자 대출 때 담보대출이 아닌 신용대출이 많아 일단 부실이 시작되면 사실상 회수가 어렵다. 실제 인터넷은행 3사의 올 1분기 전체 고정이하대출(4784억 원) 가운데 대부분인 93.31%(4464억 원)는 담보가 없는 ‘회수 의문’ 채권과 사실상 회수가 불가능한 ‘추정 손실’ 채권으로 분류됐다. 담보가 있는 고정여신과 비교하면 부실 발생 시 회수가 더 어려워지는 악성 채권인 셈이다. 지난해 1분기(91.7%)와 비교해도 회수 의문, 추정 손실 채권으로의 쏠림 현상은 더욱 심화됐다. 인터넷은행 관계자는 “보증서 대출 등을 확대하며 개인사업자 대출 건전성 관리에 힘쓰고 있지만 인터넷은행의 경우 부동산 등 담보를 잡지 않고 신용으로만 내주는 경우가 많다”며 “경기가 위축되면 연체율이 더욱 높아질 수밖에 없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문제는 부실채권이 늘어나면서 ‘깡통 대출’로 여겨지는 무수익여신까지 급증할 수 있다는 점이다. 3개월 이상 원리금에 이자까지 받지 못한 대출인 무수익여신은 은행의 여신 건전성에 즉각 영향을 준다. 이미 인터넷은행 3사의 올 1분기 무수익여신 규모는 6525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3441억 원)과 비교해 2배 가까이(89.63%) 늘었다.
인터넷은행들은 건전성이 악화하면서 중저신용자 대출 취급도 줄이고 있다. 올 초까지만 해도 인터넷은행 3사가 신규 취급한 신용대출의 평균 신용점수는 800점 중반대에 머물러왔다. 하지만 올 5월에는 케이뱅크·토스뱅크 등이 신규 취급한 신용대출의 평균 신용점수가 각각 951점, 928점으로 크게 올랐다. 이는 5대 시중은행이 지난달 신규 취급한 신용대출의 평균 신용점수인 914~940점보다 높은 수준이다. 인터넷은행들이 건전성 관리를 위해 신용점수가 상대적으로 높은 차주에게 대출을 늘린 것이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인터넷은행의 경우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이 30% 이상 유지돼야 하는 만큼 고정이하여신이 늘어나는 것은 당연한 부분”이라면서도 “중저신용자 대출 이외에 수익이 나는 1~3등급 신용대출에서 수익을 메꾸는 수밖에 없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건전성 우려가 커지고 있지만 인터넷은행들은 당분간 개인사업자 대출을 확대할 것으로 보인다. 지금까지는 개인 신용대출만 중저신용자 대출로 취급됐지만 금융 당국이 앞으로는 소호(SOHO) 신용 평점 4등급 이하 개인사업자의 신용대출과 서민금융대출 중 보증 한도를 초과한 대출 잔액도 인정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인터넷은행들은 신용평가모형(CSS)을 고도화하고 있다. 자체 대안 신용평가모형을 활용 중인 카카오뱅크는 업종별 특화 모형을 적용해 평가에 정교함을 더하고 있다. 현재 음식점 사업자 등에 특화 모형을 적용 중인 가운데 올 1분기에는 e커머스 셀러 특화 신용평가모형을 개발해 적용할 계획이다. 또 서울대와 공동 연구를 통해 인공지능(AI) 기술로 개발한 신용평가모형에 특화한 해석 가능 방법론을 개발하고 있다. 케이뱅크는 인터넷은행 최초로 네이버페이와 협업해 비금융 데이터 기반 ‘네이버페이 스코어’를 올 3월 도입했다. 또 이동통신 3사의 신용평가 합작사인 통신대안평가준비법인이 향후 출시할 통신 데이터 기반 모형 ‘텔코CB’도 연내 도입해 신용평가 고도화에 나설 예정이다. 토스뱅크는 간편 송금 시절부터 축적해온 자체 데이터에 기존 은행·카드사의 데이터를 기반으로 고도화된 신용평가 모델을 구축한다.
인터넷은행 관계자는 “고정이하여신 비율만 놓고 보면 중저신용자 대출 가운데 개인 신용대출에만 집중해야 하지만 당장 자금 마련이 시급한 소상공인을 위해 사업자 대출을 확대해갈 수밖에 없다”며 “동시에 신용평가모형을 업종별·개인별로 고도화해 건전성 관리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