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가 상승 둔화에도 외식 물가는 불안…"외국인 근로자 고용 증대 검토"

◆5월 소비자물가 2.7% 상승
 두달 연속 2%대 후반 기록
 사과·배 등 연일 고공행진
 한은 "불확실성 여전히 커"

5월 27일 서울 시내 한 햄버거 가게 메뉴와 가격. 연합뉴스

2일 서울 시내 주유소 모습. 연합뉴스

기상 여건 개선과 정부의 농축수산물 납품단가 지원 정책 등에 힘입어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두 달 연속 2%대 후반을 기록했다. 다만 과일과 석유류 가격은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했고 가공식품·외식 업체들이 이달부터 줄줄이 가격 인상에 나서 안심하기에는 이르다는 지적이 나온다.





4일 통계청에 따르면 5월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동월 대비 2.7% 상승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1월 2.8%에서 2월과 3월에 각각 3.1%로 높아진 뒤 4월(2.9%)부터 두 달 연속 2%대 후반으로 내려앉았다.


품목별로 보면 농축수산물이 지난해 같은 달보다 8.7% 올랐다. 사과(80.4%), 배(126.3%), 토마토(37.8%), 고구마(18.7%) 등을 중심으로 상승세가 컸다.


앞서 정부는 3~4월에만 농축산물 물가 안정을 위해 755억 원 규모의 납품단가 지원을 진행했고 이후에도 윤석열 대통령의 “가격안정자금 무제한·무기한 연장” 주문에 따라 납품단가 지원 사업을 지속해온 바 있다. 기재부 관계자는 “농산물 가격이 안정 추세에 있고 할당관세로 수입 농산물 공급을 확대하기로 했다”며 “이에 기존에는 일주일에 납품단가 지원 품목을 몇 개씩 정해두고 지원했었는데 이제는 수급·가격 동향을 보고 불안한 품목 위주로 지원하는 등 단계적으로 정상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석유류의 경우 전년 동월 대비 3.1% 상승하며 전월(1.3%)보다 상승 폭이 확대됐다. 지난해 1월 4.1% 이후로 16개월 만에 가장 높은 수준이다. 개인 서비스 물가도 행락철을 맞아 관광·숙박 등 외식 제외 서비스가 상승하면서 전년 동월 대비 2.8% 상승했다.


전문가들은 물가가 하향 안정세에 들어섰다고 예단하기는 이르다는 입장이다. 가공식품·외식 업체들이 5월까지 억눌렀던 가격 인상분을 이달부터 속속 반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치킨 프랜차이즈 BBQ는 물가 안정을 위해 두 차례 인상을 유예했다며 이날부터 치킨값을 평균 6.3% 올리겠다고 밝혔다. 롯데웰푸드·동원F&B 등 가공식품 업체들은 1일부터 초콜릿·조미김·간장 등 자사 대표 상품 가격을 평균 7.8~15%가량 인상했다. 한국은행은 이날 “지정학적 리스크가 상존한 가운데 국내외 경기 흐름, 기상 여건 등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여전히 큰 만큼 물가가 예상대로 목표에 수렴해가는지를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이에 정부는 외식 업계에 외국인 근로자 고용을 늘려 외식 물가를 잡겠다는 계획이다. 한덕수 국무총리는 이날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정례 기자 간담회를 열고 “외식 물가를 불안하게 하는 것은 식자재 가격과 인건비 상승”이라며 “현재 외식 업계에 외국인 고용이 상당히 제한적으로 돼 있지만 필요한 경우 외국인 근로자 고용을 증대시키는 방안을 검토할 것”이라고 밝혔다.


한 총리는 “외국인 근로자 고용을 늘렸을 경우 외식 업계에 종사하는 우리 국민의 고용이 어려워질 수 있다”며 “관계 부처와 협의하고 여론도 살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중소기업이나 농촌, 외식 업계에는 인력이 부족하다는 것을 국민들이 느끼고 있다”며 “현재의 어려움을 완화하기 위해 외국인 인력을 투입하는 것이 옳다”고 강조했다.


한 총리는 “5월 근원물가 상승률이 전년 대비 2.2%로 둔화했다”며 “근원물가가 계속 2%대에 머물고 있는 것은 금융정책에 있어 여유가 생길 가능성이 많아졌다는 뜻”이라고 설명했다. 물가 둔화로 금리 인하를 단행할 여력이 생겼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한 총리는 “실업률이 낮고 고용률은 높기 때문에 금리정책을 완화적으로 유지할 때 물가를 자극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은 있다”면서도 “기업인이나 자영업자, 국민들이 금융정책 측면에서 숨을 돌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이야기하고 있는데 근원물가가 둔화해 그런 면에서 희망을 주고 있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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