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회장이 진두지휘하는 신세계그룹과 이재현 회장이 이끄는 CJ그룹이 본업 경쟁력 강화와 미래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손을 맞잡았다. 업계에서는 두 그룹이 ‘반(反)쿠팡 동맹’을 맺어 쿠팡에 맞서는 동시에 알리익스프레스와 테무 등 중국 e커머스의 공세에 대응하려는 것 아니냐는 분석이 나온다.
임영록 신세계 경영전략실장과 김홍기 CJ 지주사 대표 등 두 그룹 최고경영진은 5일 서울 중구 CJ인재원에서 온·오프라인 유통과 물류, 콘텐츠 등 전체 사업 부문에서 협력한다는 내용의 ‘CJ-신세계 사업 제휴 합의서(MOU)’를 체결했다. 재계가 프로젝트별로 협업한 사례는 적지 않지만 그룹사 차원에서 모든 계열사 사업 분야별로 힘을 모으기로 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번 협약을 계기로 신세계의 SSG닷컴과 G마켓 등 e커머스 부문과 CJ대한통운은 물류 협업을 강화한다. 우선 G마켓은 이르면 다음 달부터 익일 보장 택배 서비스를 CJ대한통운에 맡긴다. 김포와 오포의 SSG닷컴 물류센터는 매각을 통해 CJ대한통운에 이관하는 방안을 협의 중이다.
이번 협업으로 신세계 e커머스 부문은 고객 편의를 확대하고 물류 비용을 절감하게 됐다. CJ대한통운은 대폭 늘어난 물량으로 ‘규모의 경제’ 실현이 가능해졌다. 아울러 두 그룹은 CJ제일제당과 이마트를 중심으로 공동으로 상품을 개발한다. 또 미디어 사업과 콘텐츠 분야에서 협력 방안을 모색하고 멤버십 혜택도 공유한다.
우리나라가 경쟁력 강화를 위해 그룹사끼리 힘을 합쳤다면 중국은 정부 차원에서 업계를 지원하고 있다. 중국 상무부는 대외무역 성장 촉진 지원을 위해 해외 창고 건설 지원책을 조만간 발표할 예정이다. 알리익스프레스·테무·쉬인 등의 성장에 힘입어 중국의 크로스보더(국경 간) 전자상거래는 지난 5년간 10배 이상 성장했다. 올해 1분기 중국의 해외 전자상거래 총액은 5776억 위안으로 지난해보다 9.6% 증가했다.
박진용 건국대 경영학과 교수는 “경쟁력 강화를 위한 바람직한 방향의 전략적 제휴로 보인다”며 “유통 쪽 대기업집단에서는 신세계와 롯데가 가장 크고 식품 등 생활필수품 공급선으로 보면 CJ의 규모가 가장 큰데 앞으로 이런 협력 사례는 더 많이 나올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