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리엇, 소프트뱅크 지분 다시 취득…자사주매입 요구

■파이낸셜타임스 보도
22년 결별 후 20억弗 지분 확보
150억弗 규모 자사주 매입 요구
"소뱅 자산·시장가 격차 클때 급습"

손정의 소프트뱅크그룹 회장/EPA연합뉴스

미국의 행동주의 헤지펀드 엘리엇매니지먼트가 일본 소프트뱅크에 대한 지분 상당 부분을 다시 확보하고 150억 달러(약 20조 원)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요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4일(현지시간) 정통한 소식통을 인용해 엘리엇이 다시 확보한 소프트뱅크 지분 가치가 20억 달러(약 2조 7450억 원) 이상이며 지난 2~3개월 동안 소프트뱅크 고위 경영진과 접촉하며 150억 달러 규모의 자사주 매입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엘리엇은 2020년 초 소프트뱅크에 20억 달러를 투자한 뒤 200억 달러 규모의 자사주 매입과 지배 구조 변경을 요구하다가 2021~2022년 모든 주식을 팔았다. 당시 소프트뱅크의 실적 악화 속에 손정의 회장의 경영 능력에 대한 신뢰가 떨어졌다는 게 이유였다.


FT는 이번 보도를 전하며 “엘리엇이 소프트뱅크의 자산가치와 시장가치의 격차가 어느 때보다 큰 시기에 급습(swooped)했다”고 논평했다. 실제로 소프트뱅크는 ‘비전펀드’의 연이은 투자 실패로 한동안 ‘방어 모드’를 유지했다. 그러다 지난해 4월 소트프뱅크가 지분 90% 가량을 보유한 영국 반도체 설계업체 암(Arm)이 미국 시장에 성공적으로 상장했고, 인공지능(AI)을 중심으로 성장 전략을 새로 구축하는 등 호재가 이어지며 순자산 가치가 1800억 달러로 치솟았다. 엘리엇은 소프트뱅크의 주가가 1800억 달러의 가치를 반영해야 한다며 자사주 매입을 통한 주가 부양을 요구하고 나선 것으로 읽힌다.


엘리엇은 2020년에도 당시 소프트뱅크의 자산 가치와 시가총액 사이에 상당한 할인이 있다며 자사주 매입에 나설 것을 촉구했다가 개선이 없자 2022년 지분을 모두 털었다. 한편, 이 같은 계획에 대해 엘리엇과 소프트뱅크는 별도의 입장 표명을 거부했다. 이날 도쿄증시에서 소프트뱅크 주가는 자사주 매입 관련 소식에 한때 5% 넘게 뛰었고, 4.6% 오른 9420엔에 마감하며 3년래 최고가를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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