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한국의 1인당 국민총소득(GNI)이 일본을 제친 것은 국민계정 통계의 기준년이 바뀌면서 명목 국내총생산(GDP)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또 일본의 ‘엔저 현상’으로 인해 미국 달러화로 환산한 일본 GNI가 감소한 영향도 작용했다. 다만 시장에서는 통계 수치 조정에 따른 착시 효과가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한국은행은 국민계정 기준년을 2015년에서 2020년으로 개편하면서 2020년 명목 GDP는 2058조 원으로 집계됐다고 5일 밝혔다. 이는 2015년 기준년으로 산출한 수치(1941조 원)보다 118조 원 늘어난 금액이다. 2001년부터 2023년 중 실질 GDP의 연평균 성장률 역시 3.6%를 나타냈다. 이 역시 2015년 기준년보다 0.1%포인트 상향된 수치다. 1인당 GNI도 이에 따라 자연스레 늘어났다. 2020년 1인당 GNI는 3만 3929달러로 기존 수치(3만 2004달러)보다 2000달러가량 증가했다.
이를 바탕으로 산출한 2023년 수치도 상향 조정됐다. 2023년 1인당 GNI는 3만 6194달러로 기존 수치(3만 3745달러)보다 2449달러 증가했다. 한국의 1인당 GNI가 상향되면서 주요 경쟁국을 근소한 차이로 제치게 됐다. 한은이 각국의 통계청이 공표한 지난해 1인당 GNI를 미국 달러화로 환산한 결과 일본(3만 5793달러)과 대만(3만 3365달러)은 한국보다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이탈리아는 3만 8182달러를 기록해 한국보다 2000달러가량 앞섰다. 이 같은 수치는 전 세계 인구 5000만 명 이상 국가 가운데 미국, 독일, 영국, 프랑스, 이탈리아에 이은 6위로 나타났다.
일본의 경우 ‘엔저 영향’도 크게 작용했다. 2022년까지 엔·달러 환율은 120엔~130엔대에서 움직였는데 2023년 8월 말부터 140엔 후반대로 치솟았다. 지난해 11월께는 150엔을 넘어서며 급격한 통화가치 하락 경향을 보였다.
최정태 한은 국민계정부장은 “해당 국가의 발표와 국제기구 전망치를 참고하면 한국의 1인당 GNI가 이탈리아보다 낮고 일본과 대만보다는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며 “일본은 특히 통화가치 하락이 크게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한국의 ‘1인당 소득 4만 달러’ 시대도 2~3년 내 실현될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는 우리나라의 1인당 GDP가 2026년 4만 달러를 넘길 것으로 전망했다.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역시 지난달 “윤석열 정부 임기 내 4만 달러 달성이 가능하다”고 언급한 바 있다. 최 부장은 이날 “환율이 안정될 경우 수년 내 달성이 가능할 것”이라는 견해를 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