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성 복지 지원이 증가하는 가운데 부정 수급 관리 체계가 여전히 허술한 것으로 드러났다. 보건복지부의 ‘2023년 사회보장급여 부정 수급 실태조사’에 따르면 중앙부처가 운영하는 298개의 사회복지사업 중 약 30%에 해당하는 86개 사업이 부정 수급을 적발하거나 처벌할 법적 근거 및 관련 지침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부정 수급에 대한 환수 실적도 저조했다. 지난해 중앙·지방부처가 93개 사업에서 512억 6000만 원 규모의 부정 수급에 대해 환수 결정을 내렸지만 실제로 거둬 들인 금액은 절반 수준인 278억 4000만 원에 그쳤다. 상당수 부정 수급자들이 들통난 후에도 반환하지 않고 버텼으며 정부도 끝까지 지원금을 돌려받으려 하지 않고 중도에 포기한 셈이다.
복지 제도 자체의 허술함으로 인해 지원금이 ‘눈먼 돈’으로 전락하는 일도 허다하다. 대표적인 사례가 실업급여다. 지난해 실업급여 반복 수급자는 11만 명으로 2019년 대비 28%나 늘었다. 심지어 유령 업체를 세워 청년 등에게 부당하게 실업급여를 받게 해준 뒤 대가를 챙긴 전문 브로커가 잇따라 적발되기도 했다. 그러나 정부는 반복 수급자에 대해 실업급여액을 깎는 등 뒷북 수습에 나서고 있을 뿐이다. 이 밖에도 산재보험·생계급여·농수산직불금 등에서 도덕적 해이를 부추기는 느슨한 제도와 허술한 수급 관리 체계로 인해 복지 누수가 끊이지 않고 있다.
경제사회적 양극화가 심해지면서 정부가 취약 계층을 보호하기 위해 복지 지출을 늘리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사회보장 분야 예산은 2007년에는 61조 4000억 원이었으나 매년 증가해 지난해 226조 원까지 늘어났다. 그러나 부정 수급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 정작 지원을 받아야 할 사회적 약자는 보호받지 못한 채 복지 제도에 대한 불신만 초래하게 된다. 정부의 재정 건전성을 고려할 때 꼭 필요한 복지 수요에 대해서만 현금 지원을 하되, 꼼꼼하고 엄격한 관리 시스템이 뒷받침돼야 한다. 특히 수급 자격 변동 시에도 지원금을 계속 받아가는 일이 없도록 사후 관리를 엄격히 하고 중복 수급을 막을 수 있도록 체계화된 전산 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복지 지원금이 줄줄 새는 일이 없도록 부정 수급 방지 시스템을 마련해야 사회 안전망을 촘촘하게 만들고 취약 계층을 두텁게 도울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