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SK 바짝 추격하는 美 마이크론…"6세대 HBM4 내년 상반기 공개" [biz-플러스]

■컴퓨텍스 2024
'D램 책임자' 바이댜나탄 부사장
인터뷰서 샘플 공개 시기 못박아
개발 앞당겨 기술격차 뒤집기 시도
"12단 HBM3E, 업계 최고" 자신
생산능력 전년比 6.6배 끌어올려
3자 구도 재편땐 가격경쟁 가능성

프라빈 바이댜나탄 마이크론테크놀로지 부사장이 대만 타이베이 TFC타워에서 개최된 ‘컴퓨텍스 2024’ 기자회견에서 회사의 제품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사진=강해령 기자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컴퓨텍스 2024 전시 부스에서 공개한 HBM3E. 사진=강해령 기자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차세대 고대역폭메모리(HBM)인 6세대 HBM(HBM4) 칩을 내년 상반기에 처음으로 공개한다. 계획대로 될 경우 현재 HBM 1위인 SK하이닉스, 2위 삼성전자와의 기술 격차를 뒤집을 수 있는 기회가 될 수 있다. 마이크론은 이미 5세대 8단 HBM(HBM3E)에서도 삼성전자보다 양산 시기를 앞지르는 저력을 과시하기도 했다.


마이크론에서 D램 사업을 책임지고 있는 프라빈 바이댜나탄 부사장은 5일(현지 시간) 대만 타이베이 TFC타워에서 개최된 ‘컴퓨텍스 2024’ 기자 간담회 현장에서 서울경제신문과 만나 “HBM4 샘플을 내년 상반기에 공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바이댜나탄 부사장이 밝힌 계획은 삼성전자·SK하이닉스가 HBM4 양산 계획을 2025년이라고 발표한 것보다 더 구체적이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보다 개발을 앞당기겠다는 마이크론의 의지도 강해 양산 시점이 경쟁사보다 빠를 수도 있다. HBM4는 엔비디아가 2026년 생산할 인공지능(AI)용 그래픽처리장치(GPU) ‘루빈’에 탑재된다.


최근 공개한 5세대 HBM(HBM3E)에 대해서도 자신감이 넘쳤다. 그는 “내년 양산할 계획인 마이크론의 12단 HBM3E는 업계 최고의 성능을 가진 제품”이라며 “4세대 제품(HBM3) 양산까지 늘어나면 HBM 시장에서 우리가 내년까지 목표로 했던 23~25% 점유율에 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고 강조했다.


미국에 본사를 둔 메모리 회사 마이크론은 전체 D램 시장에서 약 25%의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2000년대 초 글로벌 D램 치킨게임에서 살아남아 삼성전자·SK하이닉스에 이어 ‘세계 D램 3강’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마이크론 테크놀로지의 HBM. 사진제공=마이크론 테크놀로지

HBM 시장에서는 기술력과 생산능력 면에서 후발 주자다. 마이크론의 현재 HBM 시장 점유율은 3~5%에 불과하고 지난해 기준 HBM 생산능력은 SK하이닉스의 6.7%(12인치 웨이퍼 기준)에 그치면서 월 3000장 정도 만들어내고 있다.


그러나 마이크론의 저력은 무섭다. 마이크론은 2022년 챗GPT 등 생성형 AI가 출현한 후 HBM이 각광을 받기 시작하자 3세대 HBM(HBM2E)에서 4세대(HBM3) 개발을 건너뛰고 곧바로 5세대 HBM3E 연구에 뛰어드는 강수를 뒀다. 이 전략은 적중했다. 2월 라이벌 회사인 삼성전자보다 빠르게 HBM3E 8단 제품 양산에 돌입했다고 알리면서 업계를 깜짝 놀라게 한 것이다. 마이크론 측은 이 발표를 하면서 “HBM3E 8단은 엔비디아가 2023년 11월 공개한 ‘H200’ 그래픽처리장치(GPU)에 탑재될 예정”이라고 전했다. 세계 최대 AI 반도체 업체인 엔비디아로부터 성능을 보장받으면서 HBM 공급망의 실력자로 거듭났다는 것을 시장에 알린 것이다.


업계에서는 마이크론의 HBM 생산능력이 크지 않기 때문에 원가 경쟁력이 없을 것이라는 전망이 있다. 하지만 마이크론은 생산능력까지 빠르게 늘려나가며 한국 경쟁사들의 입지를 위협하고 있다. 마이크론은 대만 타이중을 중심으로 새로운 HBM 라인을 확충하고 있다. 타이중 후공정 공장 내부에서 반도체 테스트 설비가 있던 한 개 층을 HBM 생산 설비로 전격 교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트렌드포스에 따르면 올해 마이크론의 HBM 생산능력은 월 2만 장으로 지난해보다 6.6배나 증가할 것으로 예측된다. 대만 공장뿐 아니라 미국 뉴욕주 클레이, 일본 히로시마에도 HBM 팹을 건설할 예정이다. 이 계획을 실현하기 위해 마이크론은 최근 HBM 설비투자액을 늘리기로 했다. 지난달 매슈 머피 마이크론 최고재무책임자(CFO)는 “HBM 공급량을 늘리기 위해 올해 자본지출(CAPEX)을 75억 달러(약 10조 2697억 원)에서 80억 달러(약 10조 9544억 원)로 상향 조정했다”고 설명했다.


마이크론의 참전은 SK하이닉스와 삼성전자 위주로 돌아가던 시장의 균열을 의미한다. 앞으로 3개 회사의 HBM 생산량이 늘어나는 만큼 기술 경쟁뿐 아니라 단가 경쟁까지 치열하게 벌어질 것으로 관측된다.


엔비디아의 수장인 젠슨 황 최고경영자(CEO) 역시 HBM 공급망의 변화를 관심 있게 지켜보고 있다. 황 CEO는 4일 대만 타이베이 그랜드하이라이호텔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세 곳은 모두 우리에게 HBM을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마이크론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차세대 그래픽용 메모리인 GDDR7 칩을 소개했다. 정보 전달 속도를 나타내는 대역폭이 GDDR6보다 60%나 증가했고 전작보다 전력 효율이 50%나 증가했다. 컴퓨텍스 2024에서 전시 부스를 운영한 SK하이닉스 역시 관람객들에게 GDDR7 D램을 선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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