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산평가, 韓은 시장가-日은 기준시가…"실효세율 日의 2배"

[韓 실질 상속세 부담 세계 최고]
日 최고세율 韓보다 5%P 높지만
공시지가 80%수준 '노선가' 활용
재산 가치 시가보다 훨씬 낮아져
취득세도 실제 받는 돈에만 과세
韓, 전체재산 기준 취득세 부과
배우자 공제도 최대 30억 그쳐
日 방식으로 계산땐 40% 절세
"공제수준 두배로 확대" 제안도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모습. 연합뉴스

일본의 상속세 최고세율은 55%에 달한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중 최고 수준으로 명목세율로 보면 한국(50%)보다도 높다. 하지만 과세표준 계산 방식이나 각종 공제 등을 고려하면 일본의 실제 상속세 부담은 한국에 비해 작다는 의견이 제기된다. 한국의 상속세제가 일본의 조세 제도에서 상당 부분을 차용해왔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상속세 개편 과정에서 일본의 사례에 관심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6일 기획재정부에 따르면 일본은 과표 6억 엔(약 53억 원) 초과분을 상속세율 최고 구간으로 보고 55%의 세율을 매기고 있다. 한국이 30억 원 초과분부터 50%의 최고세율을 책정한다.


하지만 상속세 책정 방식을 고려하면 한국의 상속세 부담이 일본보다 더 크다는 진단이 나온다. 세무 업계의 고위 관계자는 “한국은 시장가격에 맞춰서 상속세 과표를 계산하는 반면 일본은 기준시가를 토대로 상속세를 계산하는 경향이 강하다”며 “세율만 보고 ‘일본이 우리보다 상속세 부담이 더 크다’는 언급은 틀릴 수 있다”고 말했다.


한국은 시가를 기준으로 상속재산의 가치를 매기도록 규정하고 있다. 여기에는 상속재산 자체의 시장가격뿐 아니라 감정평가액, 비슷한 자산의 매매가 등이 포함된다. 특히 최근에는 감정평가 과정에서 최대한 시장가격에 맞춰 상속재산 가치를 책정하는 흐름이 강해지고 있다.


일본은 실거래가보다는 기준시가 방식이 더 많이 활용된다. 특히 도쿄 등 도시 지역을 중심으로 쓰이는 ‘노선가’ 방식을 활용해 상속재산 가치를 시장가보다 크게 낮출 수 있다는 설명이다. 노선가는 일본에서 토지 등의 상속세를 평가할 때 쓰는 일종의 기준가격인데 보통 공시지가의 80% 수준에서 결정된다. 한국의 공시가격 현실화율이 69%임을 고려하면 일본의 상속세 계산 방식을 활용해 단순 계산으로 약 40% 이상 절세가 가능하다는 추산도 가능하다. 조덕희 세무법인 위드플러스 세무사는 “일본에서는 일정 기준에 부합하면 기준시가를 토대로 상속세를 매긴다”고 설명했다.






한국과 달리 일본은 유산취득세 방식을 취하고 있다. 유산취득세는 각각의 상속인이 실제로 받는 유산에 취득세를 부과하는 방식이다. 한국은 전체 재산을 기준으로 상속세율 구간을 매기는 유산세 방식을 채택하고 있다.


여기에 강력한 배우자 공제까지 겹치면서 일본의 실제 상속세 부담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분석도 나온다. 일본의 배우자 공제액은 1억 6000만 엔(약 14억 원)과 법정상속분 중 큰 금액을 바탕으로 책정한다. 법정상속분은 상속재산의 2분의 1로 매긴다. 한국에서는 최대 30억 원까지 배우자 공제를 제공하기 때문에 자산가 입장에서는 일본에서 절세의 여지가 더 많다는 분석이 나온다. 조 세무사는 “배우자 쪽에 재산을 몰아주면 2분의 1까지 상속공제가 된다는 것”이라며 “결과적으로 고액 자산이 있으면 일본의 경우 훨씬 유리하다”고 분석했다.


유산취득세와 배우자 공제 강화를 결합해야 한다는 제언은 국내에서도 나오고 있다. 김영순 인하대 교수와 강민조 동덕여대 교수는 국회예산정책처의 의뢰로 지난해 말 작성한 ‘상속세제 과세 방식별 공제 제도 비교 연구’ 보고서에서 상속세제의 유산취득세 방식 전환과 함께 배우자 공제를 현행 수준의 두 배로 확대하자고 제안했다. 한국은 저출생 문제가 심각한 만큼 단순히 유산취득세 방식으로 제도를 바꾸는 것만으론 국민들의 세 부담 감소에 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해석이다.


일본은 가업승계 측면에서도 강력한 세제 혜택을 지원하고 있다. 2018년부터 특례사업승계제도를 도입해 기업을 물려받은 경영인에게 상속·증여세를 전액 유예할 수 있도록 한 것이 그 사례다. 한국도 지난해부터 상속세 연부연납 기간을 기존 10년에서 20년으로 늘리기는 했지만 사실상 ‘무기한 유예’에 가까운 일본에 비해서는 강도가 약하다는 분석이 나온다.


회계 컨설팅 기업 KPMG의 분석에 따르면 1000만 유로(약 149억 원)의 지분을 상속할 경우 한국의 실효세율은 41%로 일본(26.9%)보다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성봉 서울여대 교수가 2019년 내놓은 분석 결과를 봐도 2017년 기준 한국의 상속재산 10억 원에 대한 실효세율은 28.09%로 일본의 1억 엔에 대한 실효세율(12.95%)보다 두 배 이상 높았다. 다만 근본적인 처방은 상속세 과세표준 완화라는 의견이 함께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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