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박정자 "안중근 모친 연기, 15년 기다렸습니다"

◆뮤지컬 '영웅' 15주년 기자간담
2014년 당시 조마리아役 경험
무게감 있는 열연에 배우들 감동
정성화 "처음 연습장면 기억나
'도마야' 한마디에 전율 느껴져"

배우 박정자가 4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초연 15주년을 맞은 뮤지컬 '영웅' 기자간담회에서 인사하고 있다. /연합뉴스


“지난 15년 동안 뮤지컬 ‘영웅’을, 조마리아 역을 기다렸습니다.” (배우 박정자)


4일 서울 광화문 세종문화회관에서 열린 뮤지컬 ‘영웅’ 기자간담회. 배우 박정자가 안중근 의사의 어머니인 조마리아 여사로 무대에 섰다. 그는 한 마디 한 마디 차분하지만 힘 있게 “조마리아라는 어머니가 있어 안중근이라는 사람이 있었다고 생각한다”며 “영웅이 아니었다면 자랑스럽고 훌륭한 아들 안중근을 맞이하는 축복과 행운을 가질 자격도 없었을 것”이라고 소감을 전했다.


박정자의 합류로 뮤지컬 ‘영웅’은 2009년 초연 후 15주년에 맞는 무게감을 갖게 됐다는 평가다. 안중근 역에 여덟 번째 시즌으로 함께하는 배우 정성화를 비롯해 양준모, 민우혁도 박정자의 열연에 엄지를 치켜올렸다. 정성화는 “첫 연습 때 ‘도마(안중근 의사의 호)야’하고 부르시는데 조마리아 여사가 안중근 의사를 어떻게 대하고 아끼고 사랑스럽게 키웠는지가 전부 느껴졌다”며 “전율이 흘렀다”고 전했다.


사실 박정자는 뮤지컬 영웅에 처음 출연하지만 지난 십 년 간 조마리아 여사로서의 연기를 예열해 온 셈이다. 그는 지난 2014년 안중근과 그의 아들 안준생의 삶을 다룬 연극 ‘나는 너다’에서 이미 조마리아 역을 연기한 바 있다. 그는 “연극 ‘나는 너다’를 준비하면서 안중근 의사가 순국한 중국 뤼순 감옥을 다녀왔다”며 “조마리아 여사는 올 수 없었던 그 현장을 제가 대신 왔다는 생각에 얼마나 눈물을 흘렸는지 모른다”고 말했다. 그는 “배우가 100%, 200% 모든 에너지를 쏟을 때의 감동은 이루 말할 수 없다”며 “정말 올인하고 있는데 관객분들에게도 그 감동이 전해지리라 믿는다”고 했다.


제작진들의 감회도 남다르다. 영웅의 윤홍성 프로듀서는 “이번 시즌은 62명의 배우와 22명의 오케스트라가 함께하는 역대급 규모”라며 “독립운동을 하는 마음으로 작품을 준비했다”고 강조했다. 그는 “뮤지컬 ‘영웅’은 세계 어디에 내놔도 뒤쳐지지 않을 완성도를 갖춘 작품”이라며 “(15주년을 맞아) 더 깊이감 있는 ‘영웅’으로 만들고 싶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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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요 장면 시연에서 첫 씬을 맞은 민우혁은 ‘단지동맹’ 넘버에서 강렬한 등장과 함께 깊이 있는 안중근을 연기했다. 민우혁은 이번에 두 시즌째 참여한다. 그는 “보통 작품에 출연할 때마다 저만의 매력을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데 뮤지컬 영웅에는 다른 마음으로 임했다”며 “캐릭터를 구축하기 보다 매 순간, 매 장면마다 안중근 선생님이 느꼈을 마음을 헤아리고 이를 전달하려고 애를 썼다”고 전했다.



4일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열린 초연 15주년을 맞은 뮤지컬 '영웅' 기자간담회에서 배우 양준모(왼쪽부터), 정성화, 민우혁이 포즈를 취하고 있다. /연합뉴스

안중근 의사의 마지막을 지켜보는 일본 교도관 지바 도시치(1885~1934) 역할을 맡은 일본 배우 노지마 나오토는 “뮤지컬 영웅에 참여하면서 마음에서 우러나와 ‘죄송합니다. 대신 사과하고 싶다’는 대사를 했다”며 “몰랐던 역사를 알게 돼 더욱 뜻 깊은 마음”이라고 전했다.


안중근 의사의 생애 마지막 1년을 그린 뮤지컬 영웅은 2009년 10월 26일 초연된 후 지난해 누적 관객 수 100만명을 돌파했다. 국내 대극장 창작뮤지컬 중 ‘명성황후’에 이어 두 번째 기록이다. 15주년을 기념해 지난 달 29일부터 오는 8월 11일까지 세종문화회관에서 여덟번째 시즌을 이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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